박근혜, 예선 체력 낭비는 줄지만 … ‘불통’이미지 증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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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실이 한마디로 딱 떨어지질 않는다. 새누리당이 19대 대선 후보 경선에서 오픈프라이머리를 배제한 데 따른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손익계산이 그렇다. 박 전 위원장은 처음부터 경선 룰 변경을 완강히 반대해 왔다. 비박(非朴)계는 줄기차게 ‘경선 불참’을 경고했지만 박 전 위원장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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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가 25일 최고위 결정 내용이다. 경선 일정을 확정함으로써 사실상 오픈프라이머리는 시행이 힘들게 됐다.

4월 총선 이후 당을 완전히 장악한 박 전 위원장은 오픈프라이머리의 부작용을 계속 강조해 왔다. 야당 지지자들이 대거 섞여 들어와 허약한 여당 후보에게 표를 몰아주는 역선택의 위험, 정당정치의 틀을 뒤흔드는 구조적 문제점, 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수 있는 돈봉투 살포와 같은 구태 정치…. 이 가운데 하나라도 발생하면 그 책임은 고스란히 자신에게 돌아온다는 게 박 전 위원장의 고민이었다고 그의 측근들은 전했다.

 경선 결과보다는 과정과 절차에 부담을 더 느꼈다는 얘기다. 박근혜계의 한 의원은 “어떤 방식의 경선을 하든 박 전 위원장이 우세하다는 건 누구나 아는 사실”이라며 “그럼에도 경선 룰 변경에 부정적이었던 것은 절차상의 부작용과 후유증을 우려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현행 룰대로 경선을 치를 경우 박 전 위원장은 좀 더 편안한 입장에서 본선을 준비할 수 있다. 비박계 대표 주자들이 경선에서 빠지면 내부 네거티브 공방이 줄어들 것이기 때문이다. 또 야당 후보보다 먼저 대선 후보로 확정돼 유권자들에게 정책과 비전을 알릴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다는 것도 장점이다. 에너지를 본선에 집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근혜계 김재원 의원은 25일 “1992년 대선 이후 항상 먼저 선출된 후보가 12월에 승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은 손실도 기다리고 있다. 선거 전문가들은 비박계의 불참이 현실화되면 결과적으로 박 전 위원장에게도 큰 부담이 될 것으로 내다본다. 추대로 전락해 버린 경선에서 국민적 관심과 지지층의 참여를 결집시킬 동력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대선 후보의 지지율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한 직후 뛰어오르는 ‘컨벤션 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상한다. 손학규·문재인 상임고문, 김두관 경남지사가 치열한 3파전을 벌이는 민주당 ‘경선 극장’에 비해 흥행성이 확 떨어진다는 뜻이다.

 경선 기간도 문제다. 국민적 관심이 높은 런던 올림픽이 8월 12일 폐막되기 때문에 비박계에선 경선일을 9월 초로 늦춰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전국 순회경선이 보름 이상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현행 룰대로 경선을 치를 경우 경선 기간이 올림픽과 일주일 이상 겹친다. 국민적 관심을 끌기가 쉽지 않은 시기다.

 박 전 위원장의 ‘불통 이미지’가 증폭될 수 있다는 것도 악재다. 익명을 원한 한 선거 컨설턴트는 “압도적으로 지지율 1위를 달리는 절대 강자가 군소 후보에게 양보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 유권자들은 이를 ‘힘자랑’으로 받아들인다”고 진단했다. 여론조사 업체 리얼미터가 21~22일 실시한 조사에서 박 전 위원장이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근소하게나마 역전(안 48.0%, 박 47.1%)당한 것도 이 같은 요인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사자들은 부인하지만 비박계 주자들의 탈당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비박계는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나 박세일 전 국민생각 대표와 가까운 편이다. 이들이 뭉쳐 선진통일당까지 아우르는 ‘제3 섹터’를 형성할 경우 보수진영의 총력전이 필요한 박 전 위원장에겐 적잖은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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