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품에 안긴 하이마트, 시장 반응 싸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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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팔려가는 하이마트에도, 하이마트 인수에 실패한 롯데쇼핑에도…. 두 회사의 주가가 동반 급락했다. 증권가에서도 ‘실망’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25일 주식시장에서 하이마트 주가는 5만1300원까지 떨어졌다. 전 거래일보다 7.4%나 내린 가격이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가 하이마트 매각 우선협상대상자가 됐다는 소식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재무적 투자자(FI)인 펀드가 하이마트를 인수하면 전략적투자자(SI)인 유통 회사가 인수할 경우에 비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워서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하이마트와 영업 시너지가 큰 유통업체가 인수자가 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평가했다. 매각한 쪽에서도 “시장에서는 (MBK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한 것을) 반기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어’를 놓친 롯데쇼핑 주가 역시 4% 가까이 급락했다.

 김민아 대우증권 연구원은 “롯데쇼핑과 신세계 그룹까지 전자제품 유통망을 적극 확대, 하이마트와의 경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이미 ‘디지털파크’라는 가전 유통망을 갖고 있다. 이마트는 전자랜드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상태다. 김 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디지털파크 매장 12개를 운영하고 있는 롯데쇼핑은 하이마트 인수 의사를 밝히기 전 2018년까지 디지털파크 매출을 10조원으로 키울 계획이었다. 이는 하이마트의 올해 예상 매출액 3조5000억원의 3배에 달한다.

 하지만 하이마트 주가가 더 떨어지긴 어렵다는 분석도 있다. 지금도 충분히 낮기 때문이다. 불확실성이 사라지는 것도 긍정적인 면으로 꼽힌다. 하이마트의 임직원 2900여 명도 MBK파트너스가 새 주인이 될 것이란 소식을 반겼다. 하이마트는 올해 1분기에 경영권 다툼과 경기침체가 겹쳐 전년 같은 기간보다 9% 정도 감소한 69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하이마트 관계자는 “새 주인이 결정돼 경영이 빨리 정상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남옥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매매가가 지금 주가보다 훨씬 높다는 데 주목한다. MBK가 써낸 정확한 가격은 알려져 있지 않지만 삼성증권은 8만원 안팎으로 추정했다. 남 연구원은 “추정 지분매각 가격이 현 주가보다 45%나 높다”며 “매수자는 하이마트의 가치를 지금 주가보다 훨씬 높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통상 사모펀드가 기업을 인수하고 나면 구조조정 등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3~5년 뒤 값을 더 받고 되판다. 남 연구원은 “사모펀드의 일반적인 목표 수익률을 감안하면 MBK는 3~5년 후 하이마트를 주당 13만~17만원에 팔려고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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