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자금 조달 대책]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정부는 기업의 자금조달 시스템을 차입경영(Debt Financing)에서 자본경영(Equity Financing) 중심으로 바꾸기로 했다.

최근 금리가 낮아졌지만 아직 기업의 빚이 많아 저금리 혜택을 보지 못하기 때문에 은행 등 금융기관의 차입금을 줄이도록 유도하고, 대신 증시에서 주식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하는 길을 넓혀준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를 위해 ▶주식 발행을 쉽게 하고▶수요 기반을 확대하는 동시에▶중견.중소기업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출자전환을 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그러려면 우선 기업이 유상증자 등 주식시장을 통해 자본을 늘릴 때 걸림돌이 되는 요인을 최소화해야 한다. 시장에선 기업이 증시에 상장.등록할 때 공모가격이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는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을 하는 과정에서 공모가격을 낮추거나 주간 증권사들이 공모가를 기업가치에 비해 높게 잡는 일을 바로잡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그러나 기업의 자금 조달을 위한 주식발행이 늘어날 경우 증시에서 유통되는 물량이 많아져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를 의식한 투자자들이 증자 참여를 꺼리는 점을 감안해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주식으로 전환하는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 발행을 통해 돈을 모을 수 있는 길을 넓히기로 했다.

정부는 이들 사채의 전환가격이나 발행가격이 시장 상황을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고치기로 했다.

주식이나 주식관련 사채 발행을 쉽게 해도 이를 사는 사람이 없으면 헛일이다. 정부는 이미 연기금 투자를 늘리고 기업연금 도입을 추진하는 등 수요기반 확충에 노력해왔다.

정부는 추가로 자사주 관련 제도를 고쳐 기업 스스로 주가를 관리할 수 있게 하고, 적극적인 이익배당을 하도록 유도하기로 했다.

이익배당을 높이려는 것은 현재 주식시장의 구조가 배당수익보다 시세차익을 얻는 데 집중돼 있어 투기성향이 강하고 단기매매가 성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유망 중소.중견 기업에 대해 부채를 출자전환하는 부채-주식 교환(Debt-Equity Swap)을 활성화해 기업은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금융기관은 투자수익을 얻을 수 있는 시스템을 정착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출자전환은 은행들이 떠안는 주식을 시장에서 팔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하며 출자전환 대상 기업의 선정기준을 투명하게 만들어야 한다.

송상훈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