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어요” 아들 전화 받고 … 40세 이인우, 7년 만에 웃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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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우

드라이브샷의 거리가 짧았던 아이의 무기는 정확한 아이언샷이었다. 티칭프로였던 아버지는 또래 친구보다 덩치가 작았던 아들에게 핀 주변에 공을 멈춰 세울 수 있는 100야드 이내의 어프로치샷을 집중적으로 가르쳤다. 그 아들은 주니어 시절 국가대표 상비군과 국가대표로 활약했다. 그러나 그는 프로 투어에 데뷔한 지 7년 만인 2005년 첫 우승을 신고했다. 그리고 다시 정상에 서기까지 또 7년이 걸렸다.

 불혹의 이인우(40·현대스위스)가 24일 충북 제천의 힐데스하임 골프장(파72)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투어(KGT) 겸 아시안투어 J골프 시리즈 볼빅-힐데스하임 오픈에서 생애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전날 8언더파 공동선두로 출발한 이인우는 보기 없이 버디만 4개를 낚아내며 4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로 공동 2위 그룹인 이상희(20·호반건설)와 타원 위랏찬트(46·태국·이상 11언더파)를 따돌렸다. 우승상금은 6만 달러(약 6750만원). 한국프로골프에서 40대 우승자가 나온 것은 2009년 토마토저축은행 챔피언 강욱순(당시 43세) 이후 3년 만이다.

 이인우는 16번 홀(파5)에서 3m 거리의 버디 퍼트를 놓쳤다. 이 홀에서 탭인 버디를 이끌어낸 위랏찬트가 12언더파 공동선두로 추격해왔다. 위기를 맞았지만 이인우는 흔들리지 않았고 위랏찬트가 17번 홀(파3)에서 보기로 무너지는 틈을 타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인우는 “연장전에 가지 않기 위해 집중하고 또 집중했다. 전날 밤에 둘째 아들(동현·6세)이 전화 통화에서 ‘아빠 믿어요’라고 말을 해 더 힘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짧은 드라이브샷 거리(평균 270야드) 때문에 내 골프에는 폭발성이 없었다. 체력도 약했다. 그런데 지난겨울 처음으로 체계적인 체력 훈련과 함께 체중을 늘린 뒤 평균 비거리가 280야드대로 올라서면서 코스 공략이 쉬워졌다”고 했다. 아버지 이원만(64)씨는 “내 손이 떨려서 멀리서만 지켜봤다”고 웃었다. 7언더파로 출발해 우승을 다퉜던 김대현(24·하이트)은 후반에 1오버파로 부진하면서 합계 6언더파로 공동 15위에 그쳤다.

제천=최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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