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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2월분 송금 차질 금강산관광 또 위기

중앙일보

입력

현대아산 (http://www.hyundai-asan.com)의 자금 고갈로 금강산 관광사업이 또다시 좌초위기에 몰렸다.

현대는 2월분 금강산 관광료 지불 마감일인 지난달 28일 약정 금액(1천2백만달러)의 6분의 1 수준인 2백만달러만 북측에 보냈다. 1998년 11월 금강산 관광이 시작된 이후 의도적으로 절반만 송금했던 지난 1월을 제외하면 실제로 줄 돈이 없어 송금에 차질을 빚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는 금강산 관광 누적적자로 인해 자본금(4천5백억원)을 거의 다 까먹은 상태다.

현대는 이번에 보내지 못한 4백만달러를 늦어도 다음주 초까지는 마저 보내 성의를 표시하고 협상을 벌이겠다는 계획이다. 현대는 추가로 보낼 돈을 마련할 방안을 찾느라 고심하고 있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최소한 6백만달러는 보내놓고 협상을 계속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한 만큼 금융기관에서 차입을 해서라도 나머지를 보낼 것" 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대아산의 속사정을 훤히 아는 금융기관들이 돈을 빌려줄 것인지는 불투명한 상태다.

현대는 북한에 투자한 시설물(1억2천6백만달러 규모)을 담보로 제공하는 방안에 은근히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북한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할 때 환금성이 확실치 않은 마당에 금융기관이 담보가치를 인정해 돈을 내줄지는 의문이다.

외부 지원도 회의적이다. 현대아산은 그동안 대북 사업자금을 주주인 계열사의 출자에 의존해왔다. 그러나 현대자동차.현대상선 등 돈을 대줄 만한 관계.계열사들이 자신들도 어려운데다 '더 이상 추가 출자는 없다' 고 이미 공언한 터라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장 바람직스런 것은 현대가 금강산 관광에서 벌 돈으로 자체 조달하는 방안이겠으나 오랫동안 적자에 시달리고 있어 기대하기 어렵다.

그러나 현대아산이 이번에 2백만달러만 송금한 것을 전략적 차원에서 보는 시각도 있다. 현대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약정금액 전부를 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현대아산 관계자는 이와 관련, "북측이 지불금을 절반으로 줄여주고 한국 정부의 획기적인 관광 활성화 방안이 나오지 않으면 현재 자금사정으로는 사업을 지속할 수 없는 처지" 라며 "북측이 조만간 어떤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 따라 금강산 관광의 존폐 여부가 달려 있다" 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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