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스타열전 (53) - 자니 데이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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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즌이 끝나고 스토브리그에 접어들면서 언론과 팬들의 관심은 캔자스시티 로열스의 톱타자 자니 데이먼이 과연 어느 팀으로 갈 것인가에 몰려있었다.

한 시즌만 지나면 FA 자격을 얻어 몸값이 천정부지로 뛸 것이 뻔한 데이먼을 가난하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캔자스시티가 계속 데리고 있을 가능성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지난 시즌 톱타자 부재로 인해 맘고생이 심했던 LA 다저스가 그의 영입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면서 그의 이름은 한국 팬들에게도 잘 알려지게 되었다. 사실 다저스에게 있어서 데이먼 만큼 톱타자에 대한 갈증을 말끔히 해소시킬 수 있는 해결책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그러나 다저스의 기대와는 달리 그는 지난 1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 캔자스시티, 템파베이 데블레이스 간의 삼각 대형트레이드를 통해 오클랜드에 새둥지를 틀게 되었고, 기량이 절정에 오른 한 젊은 스타의 새로운 터잡기는 일단락되었다.

1973년 11월 5일 캔자스시티의 포트라일리에서 태어난 데이먼은 1992년 고향인 캔자스시티 로열스로부터 지명을 받은 뒤 약 2년간의 짧은 마이너리그 생활을 거친뒤 1995년에 빅리그에 데뷔하게 된다. 메이저리그에 입성 첫해에 47경기에 출전하였던 그는 1996년부터 팀의 주전 외야수로 활약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1996년 타율 .271, 장타율 .386, 출루율 .313를 기록한 이래 기량이 완전히 만개한 지난해까지 타율, 장타율, 출루율에서의 그의 기록은 매년 계속 상승곡선을 그렸고, 안타와 도루 갯수 역시 1997년 이래로 계속 증가추세를 보여왔다.

지난 시즌 그의 활약은 그의 이름앞에 '현역 최고의 리드오프'라는 수식어를 붙게 하는데 있어서 한 점 부족함이 없는 것이었다. 159경기 출전, 타율 .327, 출루율 .382, 안타 214개, 88타점, 136득점점, 46도루. 136득점과 46도루는 아메리칸리그 1위의 기록이었고, 214안타는 애너하임의 대린 얼스태드(240개)에 이은 2위였다.

특히 그가 기록한 136점의 득점은 캔자시시티 창단이래 1980년 윌리 윌슨이 세웠던 133득점의 최고 득점기록을 넘어서는 프랜차이즈 신기록이라는 점에서 더욱 의의가 있는 것이었다.

허약하기 이를데 없는 투수진으로 말미암아 캔자스시티의 패수가 계속해서 쌓여가는 가운데에서도 데이먼의 뛰어난 활약은 마치 폐허속에서 피어나는 한송이 꽃처럼 돋보였다.

데이먼의 플레이를 한마디로 말한다면 '전형적인 리드오프'라고 표현할 수 있다. 4할대에 육박하는 높은 출루율, 한시즌 도루 40개 이상이 가능한 빠른 발, 여간해서는 삼진을 당하지 않는 집중력 등 그는 뛰어난 1번타자가 갖추어야 할 거의 모든 요건을 다 갖추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는 1998년 홈런 18개를 기록한 이래 매년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하는 등 장타력를 겸비한 선수이기도 하다.

수비면에서도 그는 팀의 좌익수와 중견수를 맡으면서 빠른 발과 넓은 수비범위로 팀에 안정감을 주기에 충분한 수비를 보여준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그의 뛰어난 수비기량에 비해 어깨가 다소 약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수비능력을 깎아내릴만큼 심각한 수준은 아니다.

사실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었다. 1995년 빅리그 데뷔 이래 그는 특히 좌투수와의 승부에서 약점을 많이 드러내곤 했다.

1998년에 좌투수를 상대로 .245 (98년 시즌타율 0.277)를 기록하는 등 우완투수에 비해 상대적으로 크게 약한 모습을 보이던 데이먼은 그러나 1999년에 들어서면서 그러한 평가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완전히 뒤집어 버리게 된다.

그 해 처음으로 3할대에 진입한(.307) 데이먼은 특히 좌투수와의 승부에서 우투수(.300) 때보다도 높은.329를 기록하며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하다'라는 야구속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러한 결과는 2000시즌에도 이어졌다. (시즌타율 .327, 좌투수 상대타율 .357)

쌍둥이 남매의 자상한 아빠이기도 한 데이먼은 올시즌을 앞두고 그의 선수생활의 큰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놓여있는 데이먼으로서는 올시즌을 맞는 각오가 남다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에게는 올시즌 중요한 두 가지의 목표가 있다. 바로 월드시리즈 우승반지와 연봉 천만달러 대에 진입하는 것이다.

그동안 캔자스시티의 빈약한 재정은 데이먼으로 하여금 월드시리즈 챔피언은 커녕 포스트시즌에 진출하는 것 조차도 기대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그러나 상황은 달라졌다. 지난 해 지구우승을 차지하였고, 디비전 시리즈에서도 월드시리즈 챔피언 뉴욕 양키스와 거의 대등한 승부를 펼쳤던 오클랜드의 영파워는 데이먼에게 월드시리즈 챔프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기에 충분한 것이다.

데이먼은 트레이드 후 710만 달러에 오클랜드와 1년 계약을 맺었다. 그가 올시즌에도 지난 시즌에 보여주었던 큰 활약을 재현할 수 있다면 그 대상이 오클랜드가 아니라 하더라도 연봉 천만달러대 진입은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저스가 데이먼에 대해 꾸준히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2002시즌에는 박찬호와 데이먼이 같은 팀에서 뛰는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는 일.

27세에 불과한 데이먼의 기량은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시즌의 큰 활약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올시즌 지난 해보다도 더 큰 활약을 기대하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에게 있어서 발전의 여지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는 점이다.

'현역 최고의 리드오프' 데이먼. 어쩌면 올시즌 후 그의 이름 앞에 '2001시즌 MVP'라는 수식어를 발견하게 될 지도 모를 일이다.

자니 데이빗 데이먼(Johnny David Damon)

- 1973년 11월 5일 생
- 187cm, 86kg
- 좌투좌타
- 연봉 : 710만달러
- 소속팀 : 캔자스시티(1995~2000), 오클랜드(2001)
- 통산성적 : 803경기, 타율 .292, 65홈런, 352타점, 504득점 894안타 156도루
- 주요 경력 1995년 8월12일 메이저리그 데뷔, 1999년 16게임 연속안타 기록 (4/27~5/12), 2000시즌 아메리칸리그 도루왕(46개), 득점왕(136점), 최다안타 2위(214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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