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안업계 사령탑 맡은 해커 출신의 '해킹불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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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해커그룹 ‘유니콘’의 멤버이기도 했던 김창범 사장은 국내 1세대 해커다. 몇 해 전 TV를 통해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드라마 ‘카이스트’는 바로 그와 그의 동료들의 이야기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설마 우리 서버가 무슨 문제가 있겠냐고 생각들 합니다. 하지만 막상 해킹을 당하거나 보안에 구멍이 뚫리고나면 그때서야 보안 서비스를 찾죠. 그만큼 국내 기업들의 보안에 대한 인식은 아직 낮은 편입니다.”
국내 최고의 보안 서비스 업체로 평가받고 있는 해커스랩의 신임 사장에 김창범씨(35)가 선임됐다. 김사장은 해커스랩 창립 멤버로 기술연구소장과 부사장을 거쳐, 지난 1월 7일부터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김사장은 1세대 해커 출신. 한국과학기술원 시절 국내 첫 해커그룹인 ‘유니콘’을 비롯, ‘쿠스’등에서 이름을 날렸다. 해커스랩 연구소장인 김병학 연구소장 등이 그와 함께 활동하던 해커들이다.

한 때 젊은층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TV 드라마 ‘카이스트’는 김사장을 비롯한 그의 동료, 선후배들 이야기. 드라마 제작 당시 작가 송지나씨를 비롯, 제작 실무자들이 그곳에 상주하다시피 하며 작업을 했다. 대본 작업에 참여, 기술적인 내용 등에 대해 조언을 하기도 했다.

해커그룹이라고 하면 ‘범죄조직’ 같은 뉘앙스가 풍기는 것도 사실이지만 실제로는 컴퓨터 스터디 그룹이다. 그는 남의 컴퓨터에 침입하거나 ‘크래커’ 역할을 해 본 적은 없다고 했다.

김사장은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석·박사를 모두 마쳤다. 한국전산원은 국내에서 가장 인터넷 인프라가 빨리 보급되기 시작한 곳. 86학번인 김사장은 월드 와이드 웹이라는 용어가 생기기 전부터 전자우편이나 고퍼, 유즈넷 등을 이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정작 석사과정에서는 인공지능에 대해 공부했던 그가 보안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된 것은 박사과정 중 실리콘밸리를 방문하고 난 직후다.

“실리콘밸리의 벤처 열기에 감명을 받았습니다. 이런 것을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죠. 그 때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보안에 대한 인식이 별로 없었기 때문에 그 분야에 뛰어들었습니다.”

그는 97년 귀국 후 박사과정을 잠시 중단하고 침입탐지 시스템 개발에 나섰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과 함께 보안업체 ‘인젠’을 차렸다. 하지만 내부적인 견해차로 1년을 채 못채우고 회사를 떠났다.

못다한 박사과정 공부를 하던 중 이정남 전(前) 사장의 권유로 해커스랩 창립과 함께 기술연구소장을 맡았다.

해커스랩의 주요 서비스는 보안 컨설팅, 보안 관제 서비스, 그리고 보안 인력 양성이다. 지난 해 매출액은 60억원, 올해는 1백70억원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한국통신 KT IDC와 PSInet에 관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증권전산원의 보안 시스템을 구축하기도 했다. 지금까지 주고객은 IDC 입주업체와 금융, 증권업체들이 대부분이다.

해커스랩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은 보안 인력 양성. 현재 오프라인상에서 각 업체의 보안 담당자들과 일반인들을 위한 해커 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을 이수한 사람들이 3백여명에 달한다.

온라인 상에서 운영되고 있는 ‘프리 해킹존’은 말 그대로 해킹 자유지대. 해킹을 공부하는 사람들이 단계별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사장은 “국내 보안 인력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에 이 분야의 인력 양성이 가장 시급한 문제”라며 “해커 아카데미도 그런 차원에서 운영되고 있다”고 말했다.

‘10만 해커 양병설’로 유명해진 이정남 전임 사장이 현재 원장을 맡아 교육분야를 전담하고 있다. 보안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해킹 기술을 악용, ‘크래커’로 활동할 우려는 없을까?

“태권도나 무술을 가르친다고 해서 범죄자들을 양성한다고 볼 수는 없겠죠. 결국은 본인의 윤리 문제니까요. 현재 아카데미에서는 해커들을 위한 기술교육뿐만 아니라 윤리교육도 함께 시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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