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밸리는 지금] SW 불법복제 단속 '희비'

중앙일보

입력

"1999년에 이어 제2의 황금기를 맞겠어요. " (소프트웨어 업계)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인데 이러다가 부도납니다. " (컴퓨터.인터넷 업계)

정부가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를 엄단하겠다며 대대적인 단속 방침을 발표하자 T밸리에 명암(明暗)이 엇갈리고 있다. SW업계는 이참에 매출도 늘리고, 주가도 올리는 ''꿩 먹고 알 먹기'' 를 꿈꾸고 있다.

반면 PC 및 인터넷 업체들은 비상이 걸렸다. 특히 서울 용산 등 주요 전자상가의 중소 PC업체들은 요즘 사실상 셔터 문을 내렸다. 지난해 말부터 컴퓨터 시장이 얼어붙으며 정상적인 유통보다는 값싼 아울렛(재고)으로 승부를 해 왔는데, 원가를 낮추려고 운영체제(OS)마저 불법 복제해 쓰는 경우가 적지 않다보니 문제가 커진 것이다.

컴퓨터 유통업체 A사의 김모(38) 사장은 "아예 마케팅을 중단했다" 며 "비상시국에 운 나쁘게 걸려 과징금을 물기보다는 장사를 안 하는 게 낫다" 고 털어놓았다.

인터넷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자금난으로 어려운 입장인데 설상가상(雪上加霜)으로 직원들의 SW 구입 비용까지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디자인 업체인 B사는 최근 3차원 그래픽 프로그램을 장만하려고 1천만원을 썼다. 개인이 산 정품 SW도 사무실에서 쓰려면 기업용으로 바꿔야 해 비용이 이중으로 들기까지 했다.

얼마 전 ''시범케이스'' 로 단속된 엔씨소프트도 3백여대의 사내 PC를 일일이 점검하는 등 비상 상황이다. 회사측은 "사원들이 임의로 복제한 SW까지 일일이 찾아내기는 어렵지 않느냐" 며 한숨을 쉬었다. 반대로 SW업계는 희색이 만면하다. 외산 SW에 대한 국민적인 비판 감정이 나타날까봐 오히려 입조심을 할 정도다.

한국소프트웨어저작권협회(SPC)의 김규성 사무국장은 "SW 불법복제는 이제 기업 차원이 아니라 전 국민적인 문제" 라며 "캠페인 등을 통해 자발적인 정품 쓰기 운동도 벌일 계획"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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