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오 ‘여성 리더 시기상조’ 발언에 박근혜 “21세기에도 그런 생각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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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사진)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에 대해 이재오 의원이 공격 수위를 높이고 있다. 전날 ‘여성 리더 시기상조론’을 들고 나왔던 이 의원은 이번엔 ‘유신 책임론’을 꺼냈다. 그는 18일 인터넷 매체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박근혜 의원은 유신 기간 중 청와대 안주인이었고 정치적 행위를 한 유신 통치의 장본인이었다”며 “그 이후 한 번도 유신 정권에 대해 진지하게 과오나 자기 참회, 반성한 적이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박 전 위원장은) 어떻게 보면 대통령을 포기한 사람 같다. 너무 오만해 ‘내가 (지지율이) 40~50%인데 너희들 셋 다 해봤자 10% 안 되는데 떠들려면 떠들어 봐라’ 하는 식이고, 만날 황우여 (대표) 시켜 헛소리나 하게 만든다”고도 했다.

 그동안 이 의원의 공세에 일일이 대응하지 않던 박 전 위원장 측에선 “해도 너무한다”는 격한 반응이 나오기 시작했다. 정몽준 의원이나 김문수 경기지사도 ‘1인 사당화’ 문제를 집중 비판하고 있지만 이 의원의 최근 발언은 차원이 다르다는 거다. 박근혜계 핵심 관계자는 “이 의원의 발언은 박 전 위원장과 앞으로 정치를 함께하겠다는 생각이 있으면 도저히 나올 수 없는 내용”이라며 “탈당을 위한 명분 쌓기란 의심이 든다”고 말했다.

 박 전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이 이 의원의 ‘여성 리더 시기상조론’에 대한 입장을 묻자 “21세기에도 그런 생각을 하는 분이 있나요”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대통령 포기한 사람 같다’는 발언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엔 대답을 하지 않았다. 박근혜계 조원진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이 의원을 겨냥, “연세로 봐서 정신줄을 놓을 나이는 아닌데 선배의 위치에서 후배에게 교감되지 못하는 행동은 자제해 달라”고 반격했다. 윤상현 의원도 “박근혜 흔들기의 미망에서 깨어나서 대인다운 풍모를 보여달라”고 요구했다. 양측 공방이 격화되는 가운데 비박계 주자 3인(정몽준·이재오·김문수)은 이날 공동 명의의 성명을 통해 “경선 룰 협상을 위해 후보 간 원탁회동을 하자”고 제안했다. 박 전 위원장은 “당 지도부에서 의견 수렴을 하고 있으니 저도 지켜보고 있다”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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