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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무는 수질 오염 감시 근무처는 하늘이지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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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초경량 비행기 앞에 선 무지개세상 환경항공감시단의 장승진 사무국장(왼쪽)과 배현만 기장.

15일 오후 경기도 구리시 토평동 구리한강시민공원의 초경량 전용 비행장. 한강변을 따라 길이 300m의 잔디밭 활주로가 길게 펼쳐져 있었다. 한쪽에 무게 225㎏의 초경량 2인승 항공기(캐나다 머피사 메버릭 912 기종)가 눈에 띄었다. 환경단체인 무지개세상 환경항공감시단 소속의 비행기였다. 이 단체는 1997년부터 환경부의 위탁을 받아 공중에서 수질오염을 감시해 오고 있다. 조종사 옆자리에 감시원을 대신해 탑승했다.

 “부르르르….”

 조종석 앞 프로펠러가 세차게 돌아가고 한동안 활주로를 내달리는가 싶더니 하늘로 둥실 날아올랐다. 배현만(40) 기장이 동쪽 팔당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바로 아래엔 초록빛 한강이 천천히 흐르고 있었고, 오른편으론 미사리 조정경기장이 한눈에 들어왔다. 배 기장은 “이 비행기는 최고 속도가 150㎞로 한번 이륙하면 500㎞가량 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0분이 채 안 돼 팔당댐 상공에 도착했다. 배 기장은 “매일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어디서 오염이 일어났는지 한눈에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류인 경안천으로 향했다. 경안천 상공에서 배 기장이 한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유난히 새파란 물 빛깔이었다. 그는 “한번 확인해 보자”며 고도를 100m 정도로 낮추고 선회했다. 모래톱 위에 자라난 연초록 수초였다. 팔당호 주변 이곳저곳을 살펴보던 배 기장은 “특별한 점이 없는 것 같다”며 기수를 비행장으로 향했다.

 이 단체는 97년 일부 기업에서 초경량 비행기 4대를 기증받으면서 항공수질감시와 인연을 맺었다. 이어 환경부와 항공감시 위탁계약도 체결했다. 현재 한강은 물론 영산강·낙동강·금강도 담당한다. 보유 비행기는 모두 8대로 6대는 조종사 개인 소유다. 대당 1억원가량 한다. 무지개세상의 장승진(44) 사무국장은 “4대 강 전체에서 연간 400~800회 정도 비행을 하고 연평균 37건의 수질오염이나 이상징후를 발견해 환경청에 신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상이 발견되면 하늘에서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뒤 카카오톡으로 한강유역환경청 담당자에게 전송한다.

 환경부로부터 받는 용역비는 연간 3억2000만원으로 한강 감시팀엔 8000만원이 지원된다. 하지만 구리시에 내는 하천점용료 2500만원에 연료비 1000만원을 제외하면 인건비도 빠듯하다. 배 기장의 연봉은 2000만원 남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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