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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여성이라고 ‘안보 관리 능력’ 없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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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본격적인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성(性)차별이나 인신(人身) 문제를 거론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이는 정당하지 못하거니와 해당되는 후보는 물론 사회의 가치 체계도 손상할 수 있다.

 새누리당 이재오 의원은 최근 외신기자클럽 회견에서 여성 리더십에 대한 질문을 받고 “분단 현실을 체험하지 않고 국방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에서 단순히 여성이라는 이유로 리더십을 갖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며 “시기상조”라고 주장했다. 한국과 같이 안보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나라에서는 군사나 안보 문제에 대한 식견과 경험이 중요한 대통령 자질이 되는 것은 맞다. 그러나 군대를 가지 않는 여성이어서 이런 능력에 결함이 있다는 주장은 역사나 현실에 맞지 않다. 자칫 성차별을 부를 수 있어 위험하기도 하다.

 ‘안보 능력’은 군복무 여부나 남녀 차이에 결정적으로 좌우되지는 않는다. 마거릿 대처는 유럽 최초의 여성 총리(1979~90)였다. 그는 북아일랜드 독립투쟁 테러에 기민하게 대처했다. 1982년엔 지구 반대쪽에 있는 영국 영토 포클랜드섬을 아르헨티나가 침공하자 전쟁을 벌여 승리로 이끌었다. 이재오가 말한 ‘국방을 경험하지 않은 상태’는 여성뿐 아니라 이명박 대통령처럼 군대에 가지 않은 남성도 포함된다. 이 의원이 이명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밀었고 승리해 정권의 실세 역할을 한 건 뭔가. 이 의원은 1979년 반국가단체 남민전에 연루돼 징역을 살았다. 굳이 따지자면 그게 오히려 더 심각한 ‘안보 위해 요인’일 수 있지 않은가.

 김문수 경기지사는 최근 “어릴 때 꿈은 공공을 위해 몸을 바치는 것이었지만 결혼을 안 하는 것은 위선(僞善)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혼자 살면서 스님이나 수사님들처럼 금욕적 삶의 윤리를 못 지킬 것 같아 내면의 정직함을 위해 결혼했다”고 말했다. 결혼이나 독신은 개인의 선택이다. 삶을 규정하는 환경은 개인마다 다르다. 특정인의 선택을 여론의 도마 위에 올려서는 안 된다. 이는 ‘독신자의 지도자 능력’ 문제 이전에 ‘개인에 대한 존중’ 문제다. 김 지사 발언이 ‘독신 박근혜’에 대한 언급이었다면 이는 부당한 공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