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기업 70%, IT부문 투자 20%이상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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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기업 10개 중 7개 기업이 IT분야 지출을 늘린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부문별로는 ERP 및 KMS 등 e-비즈니스 인프라 솔루션 분야에 집중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이는 한국 IT시장이 그만큼 다이내믹하게 움직이고 있음을 반증한다.

A社는 매출 1천억원이 넘는 중견 제조업체다. 지난 해 제조업 전반에 걸친 경기 불황에도 이 회사는 20% 이상 순익이 증가했다. 올해 A社는 e-비즈니스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지난 해보다 50% 이상 증가한 20억원을 IT부문에 집중적으로 쏟아부을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SCM(공급망 관리)을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위해 이미 태스크포스팀을 결성했다. 선진 사례를 집중 벤치마킹해 자사 특성에 맞는 솔루션 구축에 역점을 둔다는 구체적인 전략도 수립했다.

이처럼 올들어 IT분야의 투자를 늘리겠다는 기업은 A社뿐만이 아니다. 올해 우리 기업들의 IT투자는 경기 호불황과 관계 없이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사실은 IT전문 시장분석기관 KRG가 업종별 국내 1백3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01년 IT투자 현황’ 조사 결과 밝혀진 내용이다.

KRG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조사대상 국내 기업 중 67%의 기업이 IT 지출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반면 14.5%의 기업만이 투자를 줄일 것이라고 했다. 또한 예년과 비슷한 수준을 계획하고 있다는 기업은 18.4%에 불과했다. 시장 상황이 결코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역동적인 트렌드만은 여전히 고무적이라는 얘기다.

이 수치는 전세계 기업들의 IT 지출과 비교해도 결코 뒤지지 않는다. 투자분석기관인 모건스탠리가 최근 1백50여명의 기업 CIO들을 대상으로 2001년 IT투자 현황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전세계 기업들의 IT 지출은 전년과 비교해 8% 가량 늘어날 것으로 응답했다.

또한 최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그룹 역시 비슷한 결과치를 발표했다. 가트너그룹이 미국 내 CIO들을 대상으로 ‘2001년 IT 지출’을 조사한 자료에도 응답기업 중 65% 이상의 기업들이 IT 지출을 전년보다 13.3% 가량 늘릴 것이라고 응답했다.

경기 침체의 어두운 그림자에도 국내외를 막론하고 IT 지출이 늘어난다는 것은 IT와 e-비즈니스로 대변되는 첨단 하이테크가 당분간 기업 경영의 ‘주류’ 역할을 톡톡히 할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이처럼 국내외를 불문하고 늘고 있는 IT투자 분야는 e-비즈니스에 집중돼 있다. 비록 닷컴기업의 추락으로 인터넷 비즈니스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게 현실이지만 이미 e-비즈니스가 대세라는 점은 국내외 기업들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전세계 CIO들은 올해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와 e-마켓플레이스 소프트웨어 도입에 가장 많은 예산을 계획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기업 역시 예외는 아니다. 대다수 국내 기업들은 올해 e-비즈니스 인프라 솔루션에 초점을 맞추고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ERP(전사적 자원관리), KMS(지식관리 시스템) 등 내부 시스템 효율화에 초점을 맞춘 투자가 여전히 특수를 이를 것으로 예상되지만 SCM, CRM(고객관계관리) 등 기업간 혹은 기업대 고객간 인터넷을 활용한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에도 집중 투자가 일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오프라인 기업들의 경우 e-마켓플레이스 구축을 위한 솔루션 구입에도 역점을 둘 것으로 예측된다.

올해도 변함없이 ERP는 중요한 화두로 등장할 전망이다. 많은 기업들이 ERP 구축을 최우선 IT솔루션으로 채택하고 있다. OCI정보통신, 태평양 등이 ERP 구축에 대규모 예산을 책정하고 있다. 이밖에도 삼보컴퓨터, 한국에프엠, 대한항공 등이 e-비즈니스화를 위한 전단계로 ERP 구축에 역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금융, 유통업계를 비롯해 고객 대상의 비즈니스를 영위하는 기업들은 CRM 구축에 적극적이다. 대구백화점, 일은증권, KCC정보통신, 한신공영 등이 올해 CRM 도입을 염두에 두고 예산을 배정했다.

통신업계 가운데 올해 5백억원의 IT예산을 계획하고 있는 하나로통신은 사내정보 공유 시스템과 함께 KMS 개발에 투자를 집중할 계획이다. 3백40억원의 IT 지출을 계획하고 있는 효성도 올해 KMS 외에 ERP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경동도시가스는 올해 KMS 시스템 구축 외에 e-비즈니스 구축을 위한 컨설팅도 수행할 예정이다.

은행권의 IT투자는 대폭 늘었다. 지난 해보다 4백여억원을 더 늘려 9백80억원을 IT부문에 배당하고 있는 기업은행은 암호화 패키지 구입 및 리스크 관리, 품질 관리 시스템에 심혈을 기울일 계획이다.

삼성그룹사 가운데 삼성SDI는 KMS 시스템을 재구축하는 한편 데이터웨어하우징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또한 삼성전기는 지난 해보다 2백여억원이 늘어난 7백4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1백70억원의 IT 지출을 예정하고 있는 현대건설은 올해 KMS 관련 내부 시스템 구축에 역점을 둘 계획이다.

IT서비스 분야에 대한 투자 증가 추세

IT투자가 늘었다곤 하지만 하지만 여전히 국내 기업들의 IT투자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벗어나지 못하는 수준이다. 매출액별로 여전히 대기업들이 IT투자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여전히 주먹구구식 행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업종별로도 이같은 예산의 ‘양극화’ 현상은 두드러진 특징으로 나타난다.

조사 대상 1백3개 기업의 IT 지출은 1개사당 2백57억원 수준으로 업종별로는 은행권, 정부, 공공기관, 유통업종의 IT 지출이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은행권 예산은 전년대비 37.7%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는 사이버 금융 환경과 금융권 구조조정에 대비한 IT투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반면 통신업종의 예산 증가율은 6.7%에 그쳤다. 이는 국내 통신업계의 IT투자가 지난 2∼3년간 집중적인 투자가 이루어짐으로써 타업종에 비해 IT 지출이 상대적으로 줄어들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편 1인당 IT 지출액이나 비중면에선 국내기업의 경우 선진국 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크게 미흡한 게 사실이다. 미국기업들의 연간 IT부문 지출 비용은 전체 매출액 대비 3.6%에 달하는 반면, 국내기업들은 2.0%에 머물고 있다. 특히 일반 제조업종에서 미국과 한국기업의 IT투자 편차는 더욱 두드러진다.국내 제조업체가 올해 계획하고 있는 IT예산은 매출액 대비 0.52%에 불과한 반면 미국기업들은 1.54%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통신업종인 경우 국내기업은 2.66%인데 비해 미국의 통신업체들은 총 매출액의 7.22%를 IT분야에 투자하는 등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부문별 IT 지출에선 여전히 하드웨어 장비 구매 비중이 가장 높다. 국내 기업들은 전체 IT예산 가운데 데스크톱, 서버 등 하드웨어 구매에만 41%를 계획하고 있다. 또한 소프트웨어&솔루션 분야에는 20%, 유지보수 비용에도 19%를 투자하고 있다. 이외 아웃소싱 및 컨설팅 등 IT서비스 분야 9.6%, 기타 부문에 10.5%를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현재까지 국내기업의 IT 인프라가 여전히 하드웨어에 지나치게 편중돼 있을 뿐 아니라 아직까지 IT를 기업 경영의 효율적인 도구로 인식하는데는 미흡하기 때문으로 지적된다. 하지만 점차 하드웨어 비중보다 IT서비스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것은 의미있는 현상이다.

IDC를 비롯 많은 조사기관들은 이같은 IT 지출 비중은 오는 2003년까지 IT서비스 부문에 투자하는 비중이 하드웨어 투자 비중을 능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인터넷 비즈니스를 위한 기반 구축 작업에 당분간 오프라인 기업들의 투자가 집중되기 때문이다.

결국 e-비즈니스를 위한 웹 서버나 네트워크 장비, ERP, SCM용 소프트웨어 등 전략 하드웨어나 솔루션 수요가 여전히 시장에서 맹위를 떨칠 것이다. 컴팩, IBM, 오라클 등 전략 e-비즈니스 솔루션 벤더들이 올해도 높은 매출이 예상되는게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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