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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담보대출 어떤 금리가 유리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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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직장인 한모(33)씨는 요즘 주택담보대출 때문에 신경이 쓰인다. 그는 지난달 아파트 잔금을 치르며 9000만원을 연 4.5%의 고정금리로 빌렸다. 대출 당시엔 “변동금리보다도 싸면 당연히 고정금리를 택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생각이 바뀌었다. “유럽 사태가 장기화되면 기준금리가 내려갈지도 모른다고들 하니까…. 변동금리가 더 내려가면 손해를 보는 느낌이 들 것 같다”고 말했다.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고정금리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신규 대출의 절반 가까이가 고정금리로 나갈 정도다. 일부 시중은행은 변동금리보다도 싼 고정금리 대출을 팔고 있다. 하지만 한씨같이 ‘과연 고정금리가 정답일까’ 하는 의구심을 품은 소비자도 적지 않다.

 고정금리 붐을 일으킨 건 금융당국이다. 지난해 6월 가계부채 대책을 발표하며 “변동금리 일시상환 상품에 치우친 주택담보대출을 고정금리 분할상환 중심으로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은행에 목표치도 할당했다. 2016년까지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전체 주택담보대출의 30% 수준으로 맞추라는 것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은행은 고정금리 대출 상품을 잇따라 출시했다. ▶주택금융공사에 대출채권을 팔아 유동화시킨 ‘적격대출’을 내놓거나 ▶3~10년은 고정금리로 운영하고, 이후엔 변동금리를 채택하는 ‘혼합형 금리’ 대출을 선보이는 식이다. 금리도 경쟁력이 있다. 변동금리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싼 고정금리 상품이 많다. 우리은행의 장기고정금리모기지론은 최저금리가 4.8%로 변동금리 상품보다 0.2%포인트 낮다.

 덕분에 4월 신규로 발생한 가계대출 중 고정금리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0.7%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달만 해도 10.9%에 불과했던 수치가 1년 사이 가파르게 상승했다.

 문제는 금리 인상 가능성이 점쳐지던 지난해 하반기와 달리 최근 들어 금리가 내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는 점이다. 4%대 후반~5%대 초반인 변동금리가 앞으로 더 내려간다면 4%대 중후반에서 고정금리로 대출받은 소비자가 오히려 불리해질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2~3년 사이에 상환할 계획으로 대출을 받는 소비자라면 변동금리를 선택하는 게 나을 수 있다는 조언이 나오는 이유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금 상황을 봐선 당분간 경기가 활황 국면으로 가긴 어려울 것 같다. 일단 변동 금리를 택하고 지켜보다가 유럽 사태가 진정되는 국면이 보이면 고정금리로 갈아타도 늦지 않을 것 같다”고 권했다.

 하지만 장기 대출을 염두에 둔 소비자라면 고정금리가 낫다는 게 전문가들 중론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 전효찬 연구원은 “금리 움직임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인 만큼 중장기 대출이라면 고정금리를 선택하는 게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금융위원회 고승범 금융정책국장도 “현 가계대출 구조상 변동금리로 인한 위험이 지나치게 큰 만큼 10~20년 뒤를 내다보는 장기 대출자는 위험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고정금리를 택하는 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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