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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도 전자지갑 시장 진출 … 구글과 맞붙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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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전자지갑 시장에서 구글과 애플이 경쟁하게 됐다. 전자지갑은 2015년 총결제 규모가 1450억 달러(약 168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막대한 시장이지만 현재는 마땅한 강자가 없는 상태. 지난해 구글이 자체 전자지갑인 구글 월릿을 출시했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진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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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상황에서 애플은 최근 아이폰용 새 운영체제 iOS6에 탑재될 전자지갑 ‘패스북(Pass Book)’을 공개하고 공세에 나섰다. 스콧 포스톨 애플 부사장은 “패스북은 여러분의 모든 티켓(패스)을 한 장소에서 사용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미국 정보기술(IT) 연구기관인 포레스터 연구소의 찰스 골빈 연구원은 “이번 출시는 애플이 디지털 지갑의 첫걸음을 내딛는 것으로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패스북 앱을 사용하면 신용카드와 각종 쿠폰은 물론 비행기 티켓까지 따로 가지고 다닐 필요가 없다. 패스북만으로 이를 모두 대치할 수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특히 애플의 힘에 주목하고 있다. 애플은 현재 전 세계에서 4억 건이 넘는 신용거래 정보를 쥐고 있다. 아이폰을 처음 구입하면 앱스토어를 사용하기 위해 자신의 신용카드 정보를 아이폰에 입력해야 하는데, 여기서 쌓인 정보가 4억 건이 넘는다. 또 사용자들은 아이폰에 입력한 내용을 활용해 e-북과 노래(음원)를 구입하고 있다. 전자지갑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위해 반드시 뛰어넘어야 할 ‘신용카드 대신 스마트폰으로 결제하는 데 대한 거부감’을 아이폰 사용자들은 거의 느끼지 못하는 상황이다. 애플이 전자지갑 시장에 본격 진출했을 때 남보다 유리한 고지에 설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이런 것이다.

 구글 월릿 역시 사용 방법은 애플 패스북과 비슷하다. 그러나 원리는 다르다. 패스북이 신용카드·멤버십카드·상품권·쿠폰·탑승권 정보를 앱에 담아두는 반면, 구글 월릿은 사용자 계정에 연동해 보관하는 식이다. 그래서 구글 월릿은 모바일기기뿐 아니라 데스크톱PC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구글 월릿은 갤럭시 넥서스S 등 몇몇 스마트폰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약점으로 꼽힌다. 사용 가능 기기의 폭이 좁다 보니 미국 최대 통신회사 중 하나인 버라이즌 가입자는 구글 월릿을 쓸 수 없다. 또 아직은 마스터카드의 ‘패이패스 시스템’이 깔린 미국 내 14만 개 상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다. 그나마 우리나라에선 규제에 막혀 구글 월릿을 쓸 수 없다. 사정이 이런데도 구글은 애플의 전자지갑 시장 진출을 반기고 있다. ‘저변이 넓어질 것’이란 판단 때문이다.

 구글과 애플 말고 다른 IT업체들도 속속 전자지갑 시장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전자결제 전문업체인 페이팔도 뛰어들었다. 또한 관련 업체 간에는 합종연횡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미국 버라이즌과 AT&T 같은 이동통신회사들은 전자지갑 서비스를 위해 합작업체인 이시스(ICIS)를 만들어 공동 대응에 나섰다. 마스터카드와 씨티그룹도 제휴 중이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플래닛이 2010년 6월부터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인 ‘스마트월렛’을 운영하고 있다. 올 6월 현재 이 앱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700만 건, 이용자는 450만 명을 넘어섰다. 결제는 물론 쿠폰처럼 사용할 수 있고 포인트 적립 역시 가능하다. SK플래닛 측은 “이동통신사나 운영체제(OS)에 상관 없이 범용할 수 있는 모바일 전자지갑 서비스를 구현하는 게 목표”라며 “카드사와 금융사·소상공인과의 제휴를 넓힌 ‘개방형’ 전자지갑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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