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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드라마 '전원일기' 1,000회 맞아

중앙일보

입력

"아니, '전원일기' 아직도 하네!"
"김회장(최불암)의 어머니(정애란)는 아직도 정정하시군."
"복길이가 벌써 결혼할 때 됐다며?"

일요일 아침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문득 MBC '전원일기' 를 보게 되면 누구나 한 번쯤 이런 생각을 떠올렸을 것이다. 그런데 놀라지 마시라. '전원일기' 는 벌써 21년째 방영 중인 국내 최장수 드라마이며 다음달 4일이면 드디어 1천회를 맞는다.

한 때 시청률 저조로 폐지될 운명에 처하기도 했지만 "이제 '전원일기' 의 존폐 여부는 우리 손을 떠났다" 는 게 제작진의 입장이다. 한국인과 함께 성장해 오며 국민 드라마로 확고한 자리를 잡았기에 단순히 시청률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전원일기' 는 수많은 기록과 화제를 낳았다.

1980년 10월 21일 첫회 '박수칠 때 떠나라' (이연헌 연출.차범석 극본)를 방송한 이래 13명의 PD와 14명의 작가가 '전원일기' 를 거쳐갔다. 현재는 권이상PD와 김인강.황은경 작가가 맡고 있다.

국민배우로 인정받는 최불암과 김혜자는 이 드라마의 부부 역으로 일반인들 사이에 진짜 부부로 오해받기 일쑤였다. 김수미나 정애란도 우리의 의식 속에 일용엄니와 김회장 어머니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이들은 '전원일기' 를 떠나고 싶어도 떠날 수가 없는 처지다. 드라마에 중복 출연을 자제하기로 유명한 김혜자는 " '전원일기' 는 예외" 라며 "출연하고 말고는 내가 결정할 수 없는 일이 됐다" 고 전했다.

이밖에도 고두심.김용건.유인촌.박은수.박윤배 등이 이 드라마를 지켜왔다.

드라마의 배경이 된 마을은 경기도 송추에서 시작해 양평.충북 청원.경기도 덕소 등으로 옮겨졌다. 요즘은 남양주시 조안면 조안리와 진중리에서 찍고 있다. 마을주민들도 촬영에 모든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그 사이 극중 마을 '양촌리' 는 한국인에게 마음의 고향으로 자리잡았다. 양촌리 사람들의 풋풋한 인간애와 가족간의 화목과 우애 등이 바로 이 드라마의 장수 비결이다.

각박한 도시에 살면서도 TV만 켜면 따뜻한 사람냄새를 맡을 수 있는데다 빠르게만 변해가는 사회에서 아직도 대가족을 유지하고 있는 김회장 댁은 복고풍의 취향을 넘어 '느림의 아름다움' 을 깨닫게 한다.

물론 양촌리 사람들도 어려울 때가 많았고 요즘도 살기가 그렇게 쉽지는 않다. 지난번 '김회장' 이 국회의원에 출마했을 때, 후보자는 배우로 출연할 수 없다는 선거법 때문에 제작진은 애를 태웠었다. 요즘은 빠른 템포의 드라마에 익숙한 젊은층을 양촌리에 데려오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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