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이상훈, 김선우, 조진호 '기회를 잡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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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훈 맑음, 김선우 구름낌, 조진호 흐림'

플로리다주 포트마이어스에 위치한 보스턴 레드삭스 마이너리그 컴플렉스.

40인 로스터에 포함된 선수들과 초청자격으로 참가하는 선수들까지 모두 58명이 새로운 시즌을 앞두고 작게는 개막전 선발 한자리를 차지하는 것에서 크게는 빅리그 수퍼스타가 되는을 꿈꾸며 이곳에서 펼쳐질 보스턴의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여하게 된다.

이곳에 3명의 한국인 선수들이 있다. 불펜 한자리를 노리고 있는 이상훈과 선발 진입을 기대하는 김선우 및 조진호. 이들은 이미 빅리그 마운드에 섰거나(이상훈, 조진호), 빅리그 마운드를 밟지는 못했지만 빅리그 40인 로스터에 포함된(김선우) '예비 빅리거들'이다.

이상훈은 미국 프로야구 입문 2년차. 그러나 다년간에 걸쳐 한국과 일본 프로야구를 경험했던 베테랑이며, 김선우와 조진호는 지난 98년 미국으로 건너간지 4년째가 됐다.

박찬호는 데뷔 3년만인 24세때 그리고 김병현은 데뷔 첫해 겨우 20세의 나이로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됐다. 이제는 자신들이 빅리거가 될 자격이 있는 선수임을 입증해야 할 때가 되었다. 시간이 마냥 기다려 주지는 않을 것이다.

이들중 올시즌 펜웨이 파크의 공기를 호흡할 가능성이 가장 큰 선수는 이상훈. 지난 시즌 트리플A팀에서 5승2패, 2세이브 방어율 2.03을 그리고 빅리그에서는 9경기에 등판 11.2이닝을 던져 승패없이 방어율 3.09를 기록하며 그 가능성을 보여줬던 그는 확실한 좌완 구원투수가 없는 팀 사정상 불펜에 배정될 6자리중 한자리를 차지할 확률이 높다.

얼마전 야구전문 주간지인 베이스볼 위클리지도 '2001년 알아둬야 할 100인'이라는 특집기사에서 이상훈을 올시즌 빅리그에 영향을 미칠 유망주 투수 50명중 16위로 꼽으며 기대를 나타낸바 있다.

이 잡지는 "비록 빅리그 경험은 거의 없지만 레알 코미어가 빠진 올시즌 보스턴 불펜진에서 믿을 수 있는 노련한 좌완 투수로 자리매김 할 수 있는 선수"로 평하면서 올시즌 불펜진에서 좌완 셋업이나 상황에 따른 구원으로 등판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었다.

이번 스프링 트레이닝에 참가하는 구원투수들은 모두 15명. 이들중 보스턴 마무리 투수이자 지난 시즌 아메리칸리그 세이브 공동 1위를 차지했던 데렉 로우를 비롯 로드 백, 리치 가르시스, 히폴리토 피차르도는 이변이 없는한 확실히 보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나머지 11명이 남은 두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이게 된다.

우완 일색의 보스턴 투수진 상황에서 좌완 구원투수에게 한자리가 돌아간다고 봤을때 이상훈에게 희망이 있다. 이들 11명중 좌완은 이상훈외에 켄트 머커, 헤수스 페냐, 루이스 아로요, 알렌 멕딜 그리고 브라이언 워드까지 모두 6명. 경쟁률 6:1이다. 이들중 이전까지 선발로 뛰었던 베테랑 머커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이나 이상훈으로선 충분히 해볼만한 게임이다.

김선우도 이상훈보다는 부정적인 상황이지만 선발 진입에 도전하고 있다.

현재 보스턴 선발진은 그 후보자가 넘쳐나고 있는 형편. 제1선발인 페드로 마르티네스를 제외하면 확실한 제2-3선발감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지만 그럼에도 빅리그 선발감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은 많다.

특히 보스턴은 지난 오프시즌 동안 화려한 과거를 가졌던 베테랑, 노모 히데오와 데이비드 콘등을 영입하여 투수층을 한층 두껍게 만들었다. 스프링 트레이닝 참가대상 선발투수 14명중 마르티네스, 노모 그리고 기존 선발인 롤란도 아로호가 선발 한자리씩을 가져갈 것이 유력한 가운데 김선우는 남은 두자리를 놓고 콘, 프랭크 카스티요, 팀 웨이크 필드, 오카 토모카즈, 팩스턴 크로포드등 나머지 10명과 경쟁을 벌일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봄 스프링 트레이닝에서 좋은 피칭으로 지미 윌리엄스 감독과 조 케리건 투수코치에게 호평을 받으며 '제6선발'로 불렸으나 결국 기회를 얻지 못했고 그 여파로 성적마저 하락했었던(지난시즌 11승7패, 방어율 6.03) 김선우는 이변이 없는한 올해도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준비된 자에겐 기회가 찾아오는 법. 케리건 코치도 지적했듯 지난 시즌 초구 스트라이크를 던지는데 실패했던 콘과 노모, 어깨가 완전치 않은 세이버하겐, 지구력에 의문이 제기되는 카스티요, 아직 변화구 구사력이 부족한 오카와 크로포드등 마르티네스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모두 불안요인을 가진 상태.

'더 스포팅 뉴스', '베이스볼 아메리카'등 전문지들에 의해 보스턴 마이너리거 투수들중 빅리그에 가장 근접해있는 선수로 평가받고 있으며 구질과 가능성면에서 오히려 오카를 능가하는 것으로 인정받는 김선우가 스트라이크존 내에서 볼을 낮게 제구하는 것을 포함 자신의 구질을 가다듬으며 때를 기다린다면 4월은 아니더라도 시즌중는 빅리그 마운드에 설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케리건 코치도 보스턴 글로브지와의 인터뷰에서 가능성은 낮지만 김선우도 개막시 선발 로테이션에 들 10인의 후보중 한명이라 말했을 정도로 그 기대가 크다.

한편, 조진호의 경우는 그가 부상에서 완전히 회복됐느냐와 정신적으로 다시 도전할 준비가 됐느냐가 재기의 관건으로 보인다.

그가 올시즌 트리플A에서 꾸준히 좋은 피칭을 해준다면 보스턴이 아니라 다른 팀에서라도 빅리그에서 뛸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시즌 트리플A에서 같은팀 유니폼을 입고 뛰었던 세선수가 올해엔 대망의 메이저리그에서 그럴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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