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국생명이 매물로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기존생보사중에서도 비교적 견실한 재무구조를 유지해오던 흥국생명이 M&A매물로 나와 눈길을 끌고 있다. 15일 생보업계에 따르면 태광그룹은 지난해말경 계열사인 흥국생명을 해외매각키로 하고 체이스맨하탄에 M&A를 의뢰해놓은 상태이며 최근 미국의 유수 보험그룹인 AIG가 긍정적인 인수의사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태광그룹이나 흥국생명측에선 "사실무근"이라는 해명으로 일축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흥국생명 매각설"을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이고 있는 상황이다.

흥국생명은 지난해 증시폭락으로 상반기(2000년9월말) 지급여력비율이 38%로 떨어지자 그룹계열사(태광산업)로부터 100억원의 후순위차입과 이호진 태광산업사장등 대주주로부터 30억원의 증자를 받았음에도 불구, 작년 11월에는 지급여력비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지는등 부실금융기관지정은 물론 퇴출위기까지 몰렸다.

보수적 차원을 넘어 폐쇄적 경영의 대표기업인 태광그룹으로서는 이처럼 흥국생명의 경영이 악화된 것에 대해 심한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태광그룹은 "외자유치"라는 특단의 조치를 내리지 않을 수 없는 처지가 됐다.

그것이 바로 M&A 매물의 발단이 된 것이다.

하지만 지급여력비율이 마이너스 상태에서는 제값을 받을 수 없을 뿐만아니라 자칫하다간 흥국생명이 퇴출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태광그룹은 흥국생명소유 신문로 신사옥 고가매입이라는 또다른 조치를 취했다.

이로인해 흥국생명은 무려 989억원이라는 부동산매각이익을 챙겼으며 3/4분기(2000년12월말) 지급여력비율 역시 185%로 안정경영을 되찾았다.

그런 가운데 AIG측의 흥국생명 인수타진 소문이 업계에 퍼진 것이다.

이에대해 흥국생명측은 "외자도입을 추진한 것은 사실이지만 빌딩매각으로 경영이 정상화됐는데 이제와서 굳이 매각할 이유가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생보업계 한관계자는 "태광그룹의 고 이임룡창업자가 과거 야당 국회의원이었던 이기택 국민당최고위원과 처남·매부 관계로 인해 흥국생명이 국세청으로부터 몇차례 대대적인 세무조사를 받는등 정치적 부침을 겪어왔다"며 "태광그룹측으로서는 금융기관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다른 그룹들처럼 메리트를 얻지 못한데다 갈수록 지급여력기준이라는 굴레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에 오히려 흥국생명이 짐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입장을 보였다.

게다가 "흥국생명이 시장점유율 3%정도로는 경쟁력이 없다"라는 IBM의 경영컨설팅 결과 역시 흥국생명 매각설을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명분과 실리"라는 두 마리 토끼중에서 과연 태광그룹은 소문대로 실리를 쫓을 것인지 아니면 "실리없는 명분"을 유지할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 흥국생명 자본금은 110억원이고 ▲이호진 태광산업사장(63%) ▲이식진 태광그룹부회장(32%) ▲일주문화재단(4%) ▲이기화 태광그룹회장(1%) 등의 지분으로 구성돼 있다.

자료제공 : 보험매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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