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디에이터' 아카데미상 12개부문 후보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가 화요일 아침 아카데미상 후보작들을 발표했다. 2001년 오스카상의 안개가 걷히면서 '글래디에이터(Gladiator)'와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등이 주목받고 있다.

고대로마시대를 배경으로 콜로세움에서 죽음과 맞서 싸우는 검투사의 얘기를 다룬 '글래디에이터'(리들리 스콧 감독)는 최우수작품상, 최우수감독상(리들리 스콧), 최우수남우주연상(러셀 크로우), 최우수남우조연상(조아킨 피닉스)등 12개 부문에서 후보로 올랐다.

'글래디에이터'의 제작자 데이비드 프란조니는 영화가 지난 여름 개봉돼 흥행에 성공한 것이 아카데미 회원들에게 영향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한다.

"제작진들은 이들이 우리 영화를 '블록버스터'로 치부하든지, 아예 잊어버릴까 염려했습니다. 그러나 아카데미 회원들은 우리 영화를 기억해줬고, 이는 훌륭한 제작진덕입니다."

스티븐 소더버그 역시 2000년에 발표한 감동적인 법정이야기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와 미국과 멕시코의 마약정책을 비판한 '트래픽(Traffic)' 2개의 작품이 모두 최우수감독상에 오르는 영광을 안았다.

한 감독이 한해 두 작품에 동시에 감독상 후보에 오른 것은 1938년이후 처음이고 아카데미 사상 세번째이다.

"소더버그는 총명하고 집중력있는 지적인 사람"

올해 5개부문에서 아카데미후보에 오른 '트래픽'을 제작한 마샬 헤르시코비츠는 소더버그를 "매우 총명하고 집중력있는 지적인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스티븐같은 사람을 만나면 그냥 그가 하고 싶은 대로 맡겨둘 수 밖에요."

헤르시코비츠는 아카데미후보작에 오른 '트래픽'의 영광이 논란있는 주제를 다루며 고생한 제작진들의 덕이라고 말한다.

"거대 영화사들은 이 영화를 지나쳤습니다. 사람들이 마약이란 주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느끼는지 발견한 것이 큰 소득입니다."

후보작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아카데미협회장 로버트 레힘과 오스카상 수상자인 케시 베이츠에 의해 화요일 아침 발표됐다. 제73회 아카데미 시상식은 2001년 3월 25일 로스앤젤레스 슈라인 오라토리엄에서 열린다. 스티브 마틴이 사회를 맡고 ABC 방송이 중계한다.

리안 "'와호장룡' 고향으로 돌아온 느낌"

'글래디에이터'보다는 못하지만 '와호장룡(Crouching Tiger, Hidden Dragon)' 역시 최우수작품상, 최우수외국어영화상, 최우수감독상(리안)등 아카데미 10개부분 후보에 올랐다.

리안 감독은 "'와호장룡'은 내게는 고향으로 돌아온 것과도 같습니다. 미국에서 어떤 반응을 보일지가 정말 기대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최우수작품상후보에는 이외에도 라세 홀스트롬이 감독한 '초콜라(Chocolat)'등이 포함됐다.

영화잡지 '프리미어'의 안네 톰슨씨는 CNN에 5개부문 후보에 오른 '초콜라'는 미라맥스 스튜디오의 지원에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초콜라'가 5개부문 후보에 오른 것은 놀라운 일입니다. 아직 미라맥스의 마케팅 기질이 남아있는듯 합니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캐스트 어웨이(Cast Away)'는 최우수작품상 후보에 오르는데 실패했다.

톰슨씨는 "최우수작품상등에 후보로 거론됐던 '캐스트어웨이'는 2개 부문 후보로 오르는 데 그쳤습니다."라고 말한다.

최우수감독상후보에는 스티븐 소더버그, 리들리 스콧, 리안감독등과 함께 '빌리 엘리어트(Billy Elliot)'의 스티븐 대들리 감독이 포함돼 있다.

줄리아 로버츠 여우주연상 꿈 이룰까?

'에린 브로코비치'의 줄리아 로버츠는 세번째로 최우수여우주연상에 도전한다. 흥행배우로 이름높은 줄리아 로버츠는 아직 한번도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수상치 못했다. 그녀의 경쟁상대는 '경쟁자(The Contender)'에서 열연한 조앤 앨런, '초콜라'의 줄리엣 비노쉬, '꿈을 위한 진혼곡(Requiem for a Dream)'의 엘런 버스틴, '날 믿어도 돼'(You Can Count on Me)의 로라 린니등이다.

최우수남우주연상후보로는 '밤이 오기 전에'(Before Night Falls)의 하베에르 바르뎀, '글래디에이터'의 러셀 크로우, '폴록(Pollock)'의 에드 해리스, '깃촉펜(Quills)'의 제프리 러시외에 '캐스트 어웨이'의 톰 행크스 등이 경합을 벌이고 있다. 톰 행크스는 이미 2번의 남우주연상을 수상했으며, 모두 5번 후보로 선정됐다. 제프리 러시 역시 '샤인(Shine)'으로 이미 오스카상을 받은 바 있다.

최우수남우조연상 후보에는 '뱀파이어의 그림자(Shadow of the Vampire)'의 윌리엄 데포, '트래픽'의 베니시오 델 토로, '에린 브로코비치'의 앨버트 피니, '경쟁자'의 제프 브리지스와 '글래디에이터'의 조아킨 피닉스등이 올랐다.

최우수여우조연상에서는 '초콜라'의 주디 덴치, '폴락'의 게이 하덴, '올모스트 페이머스(Almost Famous)'의 케이트 허드슨과 프란시스 맥도만드, '빌리 엘리어트'의 줄리 월터스등이 경합을 벌인다.

올해 아카데미 최우수각본상(픽션)에는 '올모스트 페이머스', '빌리 엘리어트', '에린 브로코비치', '글래디에이터', '날 믿어도 돼'등이 후보로 올랐다.

'초콜라', '와호장룡', '오 형제여 어디로 가나', '트래픽', '원더 보이즈(Wonder Boys)'등은 출판물을 영화로 가장 잘 옮긴 작품을 뽑는 최우수각색상을 놓고 경합을 벌인다.

5천여명의 아카데미 회원들은 23개 부문에서 2000년 제작된 242개 작품을 놓고 후보작들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