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저점은 언제고 회복은 언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경기가 1분기에 바닥을 치고 2분기부터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 전망이 나오자 경기가 언제 저점(低點)에 이를 것인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또 하반기들어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고 보는 연구기관들도 경기회복 속도에 대해서는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이고 있다.

◇ 경기, 상반기 바닥 친다〓재경부와 마찬가지로 한국은행은 올 1분기 저점을 찍고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은은 올 1분기에 이어 2분기까지 성장률이 3%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 급격한 경기 침체를 예고했다.

그러나 한은은 경기가 올 1분기에 바닥을 치며 2분기엔 더 하강하지 않고 완만하게 가다가 하반기에 호전될 것으로 내다봤다.

보통 전분기 대비 성장률이 하락하면 저점이 지속되는 것으로 보는데, 지난해 4분기에는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더라도 올 1분기엔 바닥을 찍고 플러스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하반기 경기가 호전되는 이유로 한은은 ▶미국의 금리 인하와 감세로 미국 등 세계 경제가 좋아질 가능성이 있고▶이에 따라 수출이 살아나면 국내 투자 및 소비심리도 회복될 것이며▶자금시장의 불안요인이 하반기에 진정되리란 점 등을 들었다.

또 정부의 예산 조기집행 등 경기부양 효과가 2~4개월 뒤 나타나는데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조사한 기업실사지수(BSI)도 지난달 62.7에서 이달엔 83으로 증가하는 등 얼어붙었던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조금씩 풀리고 있는 점도 이같은 경기 호전 기대를 뒷받침하고 있다.

김준일 KDI 선임 연구위원은 "금리 인하 등 경기 부양이 효과를 나타내고 자금시장이 호전되면 상반기에 바닥을 치고 하반기부터 나아질 것" 이라며 "지난해에는 하반기 경제성장률이 상반기보다 좋지 않았기 때문에 전년동기로 비교하면 일단 지표상으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고 진단했다.

◇ 하반기에나 바닥에 이를 것〓그러나 경기 침체가 오래 지속돼 하반기에 들어서어야 바닥에 이를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LG경제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경기 저점을 오는 9~10월로 예측했다.

하반기나 돼야 바닥을 칠 것이라는 근거로 ▶미국 경제의 연착륙 가능성이 여전한데다▶국내 자금시장 경색이 아직 풀리지 않았고▶내수 회복에는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점을 제시했다.

미국 경제는 지난해 1분기에 20.6% 증가한 설비투자가 4분기에 오히려 4.7% 감소함으로써 향후 경기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

또 미국 기업의 부채비율이 높아지면서 지난해 부도건수가 97년의 두배에 이르는 등 기업들의 자금사정이 악화되고 있어 미국 경제의 연착륙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전종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회사채 발행이 늘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 자금시장이 중개 기능을 회복했다고 볼 수 없고 실업 증가와 실질소득 감소로 내수도 나아질 확률이 적어 하반기중 경기 재상승은 어려울 수 있고 상승한다 하더라도 상승폭이 크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고 전망했다.

◇ 경기회복 속도도 논란〓경기가 상반기에 저점을 찍는다 하더라도 미국 경제의 경착륙 여부에 따라 회복기간은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많다.

경기가 바닥을 치고 뚜렷이 회복되는 'V자형' 성장이 아니라 바닥 상태가 오래가는 'L자형' 모양새를 보이리란 것이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원은 "미국이 생각보다 경착륙하고 있어 상반기중 성장률이 다소 높아진다 해도 회복속도가 느려 침체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 고 전망했다.

미국의 경착륙 가능성과 관련, 앨런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1분기 '제로(0)' 성장 가능성을 제기한데 대해 폴 오닐 재무부장관도 이에 동의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과 투자은행들도 미국 경제의 연간 성장률을 2%대 내외로 하향 조정하는 추세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기 보다 올 하반기부터 뚜렷하게 회복될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리먼브라더스 폴 쉬어드 아시아지역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최근 "한국 경기가 1분기 제로 성장하는 등 경착륙할 가능성이 있지만 이후 V자형으로 회복돼 내년엔 7%의 성장을 기록할 것" 으로 내다봤다.

한은도 올해 유가가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고 반도체 가격도 회복되는 등 수출 주력품목의 여건도 호전될 가능성이 커 특별한 변수가 없는 한 하반기 들어서도 경기가 계속 L자형으로 침체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 전문 조사기관인 데이타퀘스트는 공급 초과 상태인 반도체 시장이 올 2분기부터는 수요 초과로 돌아서 수출 가격이 회복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제 금융기관들도 올 연말 국제유가가 20달러 내외에서 안정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것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