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보경, 우 근호 … 주영 공백 채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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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경(左), 이근호(右)

병역 연기 논란으로 국가대표팀에서 탈락한 박주영(27·아스널)의 공백은 없었다. 좌우 날개로 나선 이근호(27·울산)와 김보경(23·세레소 오사카)이 눈부신 활약으로 복병 카타르를 대파하는데 앞장섰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원정 첫 경기를 기분좋은 역전승으로 장식하며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선두로 나섰다. 이동국(33·전북)-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 중앙 공격 라인의 부진과 대조적으로 이근호-김보경의 플레이는 돋보였다.

◇박주영의 대체자, 이근호=박주영과 동갑내기인 이근호는 2010년 남아공월드컵 지역예선에서 박주영과 함께 공격을 이끌었으나, 평가전 부진으로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탈락 후 마음고생이 심했다. 가장 힘든 시기였다”고 말한 이근호는 지난해 J-리그 감바 오사카에서 뛰며 득점 3위(15골)에 올라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에서 이동국 못지않은 황태자로 떠올랐다. 이근호는 카타르전에서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장해 2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전반 22분 실점 후 4분 만에 이근호가 헤딩 동점골을 넣은 것이 역전극의 발판이었다. 이근호는 후반 35분 팀의 네 번째 골도 헤딩으로 만들어냈다. 크지 않은 키(1m76cm)에도 헤딩슛으로 2골을 따내 것은 빠른 움직임과 공간 침투 능력이 있어서였다.

A매치(42경기) 13골 중 10골을 중동 팀을 상대로 기록한 이근호는 12일 레바논전을 앞두고 “3차예선에서 당한 패배가 약이 됐다. 준비를 철저히 해서 좋은 경기를 하겠다“고 말했다.

◇박지성의 후계자, 김보경=박지성은 2011년 아시안컵을 끝으로 은퇴하며 자신의 후계자로 김보경을 지목했다. 1년여가 지나 박지성의 기대대로 김보경이 대표팀 왼쪽 날개로 화려하게 날아올랐다.

J-리그 득점 2위(7골)를 달리고 있는 김보경은 카타르와의 경기에서 위협적인 돌파와 크로스로 수비진을 공략했다. 왼발 킥은 날카롭고 정교했다. 특히 이근호의 헤딩골을 도운 감각적인 칩크로스는 세계적인 수준이었다.

김보경은 후반 10분 코너킥 키커로 나서 곽태휘의 머리를 향해 정확하게 킥을 올려 역전 결승골의 도우미가 됐다. 그의 왼발은 세트피스에서 훌륭한 무기가 될 수 있다.

9일 저녁 귀국한 대표팀은 10일 오후 파주 NFC에서 회복 훈련을 실시했다. 부담스런 원정 경기에서 대승을 거둔 대표팀은 12일 고양종합운동장에서 레바논과 최종예선 2차전을 치른다.

한용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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