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4050도 식스팩 몸만들기 열풍…'꽃중년' 전성시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18면

홍순각(57)씨가 8일 서울 청담동 디자이너수빌딜 내 헬스장에서 운동을 하고 있다 [조문규 기자]

8일 오전 10시 서울 청담동의 피트니스 센터 ‘엠애슬레틱 스퀘어’. 운동 중인 50여명의 회원들 중 10여명은 머리가 희끗한 남성들이었다. 이 피트니스 센터는 최근 2년새 40대 이상의 남성회원 수가 두배 반(600여명)으로 늘어났다고 한다. 마스터 트레이너 김해균(34)씨는 “중년남성 회원들은 처음엔 ‘이제부터 건강을 챙겨야하기 때문에 회원으로 등록했다’고 말하지만, 정작 운동을 시작하면 ‘옷발을 잘 받는 근육은 뭐냐’, ‘식스팩은 어떻게 만드나’ 등 질문을 많이한다”고 말했다.

요즘 중년남성들 사이에 몸짱 열풍이 불고 있다. ‘꽃중년’이 되길 희망하는 이들이 패션과 스타일을 더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 몸매 만들기로 눈을 돌린 것이다. 강남 일대에서 개인 맞춤 운동(PT) 전문 피트니스 센터가 3년전 30여개에서 올해 120여개로 4배나 증가했다. 피트니스 업계 관계자는 “PT는 대부분 운동을 막 시작하는 40대 이상 남성이 주로 신청한다”고 말했다. 사업가 안모(47)씨는 “청바지를 20년간 입지 못해 몸을 만들려고 운동을 시작했다”며 “하루에 한 시간씩 PT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년들이 관심을 갖는 운동은 복근에 식스팩을 새기거나, 가슴 근육을 키우고, 허리 둘레를 줄이는 것들이다. 한마디로 ‘옷태를 잘 보이게 하는 몸매’를 만드는 운동들을 주로 찾는다.

일반인 몸짱을 선발하는 '쿨가이 선발대회'에도 올해 44명의 중년 지원자가 대회참가를 신청했다. 지난해 중년 참가 신청자는 28명이었다. 본선 진출자 25명 가운데 유일한 40대 이상 남성인 홍순각(57)씨는 “3년 전 아들이 몸짱 대회 출전하는 것을 보고 자극을 받아 본격적으로 몸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 대회 우승자는 ING 자산운용 최홍(52) 대표였다. 롯데백화점 남성정장 담당자 신재우(32)씨는 “중년들의 남성정장 구매 패턴도 펑퍼짐한 박스 스타일에서 달라붙는 슬림 스타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몸매 만들기 뿐만 아니라 피부관리와 머리손질까지 신경을 쓰는 ‘중년 그루밍(몸치장)’족도 늘고 있는 추세다. 유명 화장품 업체들은 경제력이 있는 중년들을 노려 값비싼 노화방지 화장품을 내놓고 있다. 학원을 운영하는 함성재(40)씨는 “얼굴의 잡티를 없애거나 점을 빼는 시술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중년들이 외모 가꾸기에 열중하게 된 것은 2~3년전부터다. 전문가들은 중년들이 배가 나오고, 외모에 신경을 안쓰는 ‘아저씨’ 이미지를 벗어나야만 하는 환경이 만들어져서라고 분석하고 있다. 고령화 사회가 진행되면서 중년은 ‘나이 든 세대’가 아니라 ‘아직 젊은 세대’로 인식이 바뀐 게 그 하나다. 서울대 곽금주 교수(심리학)는 “‘사오정’(45세 정년퇴직), ‘오륙도’(56세까지 직장에 다니면 도둑놈) 등 주로 중년을 대상으로 한 구조조정이 일어나면서 중년들도 젊게 보이는 외모가 생존을 위해 갖춰야 할 요소로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