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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병조 원장이 말하는 수험생 건강관리

중앙일보

입력

날씨가 더워지면서 학습 능률이 떨어진다고 호소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특히 수험생은 여름방학을 전후해 건강이 나빠지거나 집중력이 떨어지는 슬럼프를 겪기도 한다. 교사나 학부모들은 “슬럼프 극복은 정신력의 문제”라며 다그치기 쉽지만, 전문가들의 진단은 다르다. 위담한방병원 나병조 원장(사진)은 “두통이나 소화불량, 무기력증 같은 슬럼프 증상은 한의학에서 미병(未病)이라 부른다”며 “의학적인 진단과 치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고 학습 능률도 끌어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여름철에 공부하기 힘들어지는 이유가 뭔가.

 “인체에는 항상성이라는 게 있다. 몸이 스스로 최적화된 상태를 지속하려는 특성을 말한다. 더운 곳에 가면 땀을 배출해 피부를 시원하게 식혀줘 일정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항상성의 한 예다. 여름철에 고온이 계속되다보면 항상성을 유지해주는 자율신경계가 교란되기 쉽다.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혈압이 올라가는 등 평소와 달리 컨디션이 나쁘고 몸이 힘들어진다. 입맛이 떨어지고, 밤에 잠을 설치는 등의 증세가 계속되면 자연히 두뇌 활동이 떨어져 공부하기 힘든 상태가 된다.”
 
-슬럼프와 관련된 증상은 병원에서도 ‘신경성’이라고 진단하는 등 병명이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그래서 환자가 이중고를 겪기도 한다. 환자가 느끼는 통증은 심각한데 병원에서 원인이 밝혀지지 않으니 주변에서 ‘꾀병’으로 오해를 하는 것이다. 우리 병원에서는 슬럼프와 관련된 여러 증상을 담적, 즉 음식물을 충분히 소화시키지 못해 몸 안에 독소가 쌓여 비롯된 것으로 진단하고 있다. 위나 장 외벽에 쌓인 음식물 노폐물에서 유발된 독성 물질이 혈액이나 림프를 타고 이동하다가 개인별·체질별로 약한 부위에서 병으로 발현한다고 본다. 이 담적을 녹여내면 슬럼프의 다양한 증상들이 완치된다.”

-담적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배가 아프다고 하면 병원에서는 위나 장의 내벽을 살핀다. 하지만 위나 장의 내벽에는 뮤신이라는 보호 물질이 분비되고 연동운동에 의해 깨끗한 상태가 유지되는 경우가 많다. 환자는 고통을 호소하는데 눈에 보이는 증세가 없으니 치료도 하지 못하는 셈이다. 담적은 위와 장의 외벽에 쌓이는 노폐물을 말한다. 음식물을 소화시키고 온몸으로 영양분을 공급하는 위와 장이 돌처럼 딱딱한 담적으로 싸여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된다.?
 
-몸 속에 노폐물이 쌓이게 되는 원인은 뭔가.

 “원인은 다양하다. 선천적으로 소화기가 약해 음식물을 제대로 소화 흡수하지 못해 오랜 기간 담적이 쌓인 경우도 있다. 수험생들은 시간에 쫓겨 인스턴트 식품이나 패스트푸드 등 소화가 안되는 음식으로 급하게 끼니를 때우고, 밤 늦게 야식을 먹거나 폭식을 하는 등 잘못된 식습관으로 담적을 초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학업 분량은 과중하고 운동량은 부족해 위장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담적병을 앓고 있는 경우가 흔하다.”
 
-담적을 치료해 성적이 오른 사례 학생이 있나.

 “대표적인 예가 지난 2월 EBS와 위담한방병원이 함께 진행한 ‘습관을 바꾸면 성적이 잡힌다’라는 다큐멘터리이다. 서울 구로구에 위치한 구현고 재학생 20명의 담적병을 4주간 치료해줬는데 기억력과 집중력이 눈에 띄게 향상됐다. 담적병을 치료한 후 환자들이 하는 첫 마디가 ‘시원하다’ ‘날아갈 것 같다’는 말이다. 머리가 맑아지고 기분이 상쾌해지기 때문이다. 담적으로 늘 뱃속이 불편하고 머리가 무거운 상태인데 어떻게 공부를 제대로 했겠나. 담적을 치료하면 몸과 마음이 상쾌해져 공부 능률이 오르고 성적도 오르는 경우가 많다.”
 
-치료 방법에 대해 알려달라.

 “치료법은 크게 4가지다. 약물과 침, 고주파를 이용한 소담소적, 그리고 수기 치료다. 약물은 담적을 녹일 수 있는 여러 약재를 달여 만든다. 한달 정도 복용하면 노폐물이 거의 녹아 소변이나 대변으로 배출된다. 침은 경혈을 자극함으로써 위와 장의 기능을 개선시키기 위해 병행한다. 고주파를 활용한 소담소적 치료는 담적이 딱딱하게 쌓인 부위에 따뜻한 온기와 물리적 자극을 함께 줌으로써 치료 효과를 높여준다. 흔히 마사지라고 불리는 수기 치료는 위와 장의 운동을 도와 회복력을 높여준다. 환자의 증상에 따라 다르지만 치료 3주 정도면 몸이 가벼워지는 걸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 담적을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이 있다면.

 “근본적인 방법은 식습관 개선이다. 조금씩 자주 먹되, 가공 식품은 멀리하고 제철 음식위주로 자연식을 하는 게 가장 좋다. 한꺼번에 폭식을 하거나 급하게 먹는 것은 담적을 부르는 지름길이다. 가급적 끼니를 거르지 말고 천천히 꼭꼭 씹어 먹는 습관만 길러도 담적이 쌓이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적당한 운동도 필수다. 무리한 운동을 하기 보다는 가벼운 산책과 스트레칭을 꾸준히 하는 게 좋다.”

<글=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사진="김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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