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사설] 이해찬 새 대표의 과제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274호 02면

민주통합당의 새 얼굴이 선출됐다. 극적인 역전승이었다. 10개 지역 순회 대의원 투표에서 2위로 밀렸던 이해찬 후보가 막판 국민참여 경선에서 선전해 대역전했다. ‘이해찬 당 대표-박지원 원내대표 역할 분담론’으로 불거진 거센역풍을 뚫었다.

경선에서 승리한 이 대표 앞엔 대선 승리를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가 놓여 있다. 그는 앞으로 당내 대선 주자들의 경선을 관리하고 야권연대 및 후보 단일화 협상을 주도할 막중한 임무를 맡는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이 대표를 포함한 새 지도부에 보내는 유권자의 첫 번째 질문은 수권 정당의 자질일 것이다. 민주당은 김대중·노무현 대통령 10년간 국정을 책임진 여당이었다. 그러나 야당 4년 반동안 민주당은 비논리적이며 과격한 노선과 투쟁을 보여 왔다. 국정의 책임 의식보다 반(反)이명박, 반새누리당 의식에 사로잡힌 측면이 많았다. 민주당은 자신들이 집권했을 때 체결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극렬하게 반대했다. 제주 해군기지로 달려간 당 지도부는 발파 공사를 지휘하던 해군 제독에게 “정권 바뀌면 책임을 묻겠다”고 윽박질렀다.

지난 총선만 해도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에 휘둘려 정체성을 잃고 비틀댔다. 연대는 세력을 넓히기 위한 것이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호남이란 지역적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끝없이 중도 세력을 끌어들였다. 하지만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에 코가 꿰여 왼쪽으로, 왼쪽으로만 달려갔다. 지지층을 줄여갔다. 공천 기준도 정체성을 강조하며 온건한 협상파를 몰아냈다. 결국 과거 민주당보다 통합진보당에 가까운 당을 만들었다.

이해찬 대표는 이런 문제들로 인해 총선에서 패배하고 출범 석 달 만에 좌초한 전임 지도부의 강경·투쟁 정치에서 교훈을 찾길 바란다. 민주당은 연말 대선에서 집권을 노리는 거대 야당이다. 정치적 비중과 덩치가 커질수록 국민의 기대치가 이에 비례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민심이 여권에 등을 돌렸다면 민주당의 대안은 무엇이냐는 반문으로 이어진다. 국정이나 수권은 주장과 공격만으론 안 된다. 구체적인 비전·정책 대안이 있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이 대표는 갈 길이 바쁘다. 당장 경선 과정에서 제기된 김한길 후보 측과의 갈등을 조속히 치유하고, 비(非)노무현 세력을 결집해야 한다. 현 정국의 최대 이슈인 종북논쟁, 색깔론 시비도 넘어야 한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게 있다. 과거 정치와 다른 새로운 모습으로 변신하려는 노력이다. 민주통합당은 기존 정당에 시민 세력과 한국노총이 대규모로 합친 한국 정치사의 실험이다. 이질적 세력이 융합해 새 정치의 시너지를 내야지 강경론 다툼으로만 달려가는 것은 곤란하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