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플롭샷으로 부활” vs “US오픈 우승해야 진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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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4호 19면

타이거 우즈가 지난 4일(한국시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 마지막날 16번 홀에서 신기의 플롭샷으로 버디를 잡은 뒤 포효하고 있다. [더블린(오하이오주) 로이터=연합뉴스]

‘지금은 그것(메모리얼 토너먼트 16번 홀에서 보여준 마법의 플롭샷)으로 충분하다.’(야후스포츠)
‘정말 타이거가 돌아온 것일까.’(CNN)

타이거 우즈 슬럼프 벗어났나

타이거 우즈(37·미국)에 대한 미국 언론의 평가가 엇갈리고 있다. 한쪽은 “완벽한 컴백이다”, 다른 쪽은 “아직은 판단하기 이르다”는 의견 대립이 그것이다. 이 같은 공방은 우즈가 지난 4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더블린의 뮤어필드 골프장에서 끝난 PGA 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에서 우승하면서 촉발됐다. 지난 3월 아널드 파머 인비테이셔널에서 30개월 만에 포효한 우즈는 10주 만에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우즈는 1996년 데뷔 이후 PGA 투어 통산 73승째를 기록해 역대 다승 2위인 잭 니클라우스(72)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니클라우스는 73승을 47세 때 했는데 우즈는 그보다 10년 어린 37세에 기록했다. 우즈가 PGA 투어 최다승(82승·샘 스니드) 기록을 깨는 건 시간문제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 골프닷컴의 부편집장 데이비드 듀섹은 “이보다 더 때를 잘 맞출 수는 없었다. 우즈가 자신의 영웅인 잭 니클라우스가 주최하고 그가 보는 앞에서 우승을 거둬 더 큰 의미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특히 메모리얼 토너먼트 마지막 날 16번 홀(파3) 그린 주변 오른쪽 러프에서 우즈가 보여준 ‘15m 플롭샷 버디’는 압권이었다. 전 세계 골프팬들을 흥분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60도 웨지로 러프에 묻힌 공을 클럽 페이스를 완전히 오픈해 3m 높이까지 솟구치게 하는 능력은 PGA 투어에서 뛰는 선수라면 누구나 갖고 있다. 그러나 한 타 승부의 긴박한 상황에서 그림처럼 홀로 연결시켜 버디를 잡아내는 건 결코 아무나 할 수 없다. 우즈는 그런 능력의 소유자다.

솔직히 우즈는 그 플롭샷에 대해 “한순간도 그게 버디로 연결되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공이 어느 정도 짧은 거리를 남겨두고 멈추려니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그는 “이번 샷은 지금까지 내가 한 것 중에서 가장 어려운 샷 중 하나”라고 자신을 치켜세웠다. 그는 이 마법 같은 샷으로 예전 골프 황제의 명성을 되찾아가고 있다. 골프 팬들의 함성과 TV 시청률은 물론이고 도박사들의 우승 확률도 확 높아졌다. PGA 투어의 중계권자인 CBS스포츠는 “지난 일요일 시청률이 지난해보다 138%나 증가했으며 메모리얼 토너먼트가 2004년 이래 최고의 결과를 보여주었다”는 논평까지 내놓았다.

듀섹은 “이러한 수준의 플레이를 하면서 퍼팅 스트로크 감각을 되찾는다면 우즈는 분명히 US오픈에서 강력한 우승 경쟁자 중 한 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남자골프 시즌 두 번째 메이저 대회인 US오픈은 15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올림픽 골프장 레이크 코스에서 열린다. 듀섹의 전망처럼 그렇게 된다면 세계 골프계에도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이런 전망에 불을 지피고 있는 또 한 축은 도박사들이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우즈의 US오픈 우승 확률은 12대1이었다. 현재 우즈의 승률은 6대1(여섯 번 출전하면 한 번 우승할 가능성이 있다는 뜻)로 치솟았다.

야후스포츠의 골프 칼럼니스트 제이 버스비는 “주요 통계에서 그가 정상권 가까이 올라섰다. 현재 우즈의 기량을 의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스포츠 칼럼니스트 브라이언 매지크는 버스비와 생각이 다르다. 매지크는 “우즈가 완전히 정상 궤도에 올라서려면 US오픈에서 반드시 우승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슬럼프를 벗어나려는 우즈의 발버둥을 지켜보는 심정은 불편하기만 했다. 그러나 메모리얼 토너먼트 마지막 날 그에게선 위축된 모습을 전혀 찾을 수 없어서 다행이었다”고 말한 매지크는 “우즈에 대한 냉정한 평가가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만약 우즈가 샌프란시스코에서 우승을 거둔다면 나는 ‘그가 돌아왔다’고 행복하게 세상에 선포할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메모리얼 토너먼트는 우즈가 이미 네 차례나 우승했던 텃밭인 만큼 다섯 번째 우승 가능성은 열려 있었던 셈이다. 그래서 우즈에 대한 평가 기준을 다른 데서 찾아야 한다는 얘기도 있다.

그것은 15번째 클럽이다. 바로 자신감이다. 골프는 다른 스포츠와 달리 15번째 클럽에 더 많이 의존하는 스포츠다. 듀섹은 매지크와 달리 우즈의 이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듀섹은 “그 15번째 클럽은 ‘네가 이것을 훌륭하게 해낼 수 있다고 귓가에 속삭여주는 자신감”이라며 “우즈가 73번째 우승을 이루고 나서 자신의 자세를 다시 찾은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지금 엄청난 자신감을 갖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말했다. 우즈와 막역한 사이인 최경주(42·SK텔레콤)는 “그의 이번 우승은 섹스 스캔들의 상처가 서서히 아물고 있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정신적인 뇌 손상(brain damage)의 후유증을 극복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최경주는 이어 “몸의 여러 근육을 머리가 지배하는데 우즈가 그 같은 피폐한 정신으로는 자신을 통제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가 만약 일반 대회보다 압박감이 4~5배에 달하는 US오픈에서 우승한다면 제2의 타이거 시대가 열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우즈는 2008년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지금까지 메이저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지 못했다. 메이저 통산 14승의 시간이 4년째 멈춰서 있다. 당시 우즈는 그해의 나머지 기간을 쉬어야 했을 정도로 심각한 무릎 부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럼에도 연장 결승에서 US오픈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다. 올해 US오픈 개최지는 1998년 열렸던 올림픽 골프장으로 당시 23세의 우즈는 공동 18위로 경기를 마쳤다.

우즈는 CNN과의 인터뷰에서 “그때와는 코스가 많이 다르다. 코스에 상당한 길이가 추가됐다. 방향도 페어웨이도 바뀌었다. 그린은 전부 새롭고 복잡하게 개편됐다. 알다시피 98년의 내 노트(야디지북)는 아무 소용이 없게 됐다”고 웃었다. 그렇다면 우즈는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나는 그냥 계속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 연습을 계속할 뿐이다. 이것은 하나의 과정이며, 나는 기량의 향상을 위해 노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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