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세 한인 여고생 박보선 양, 남자 골프대회 깜짝 우승

미주중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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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의 안니카 소렌스탐을 꿈꾸는 애니 박(오른쪽). 박양은 소렌스탐처럼 실력과 지성을 겸비한 골퍼로 성공해 본인의 이름을 딴 주니어대회를 여는 것이 꿈이다. 박양이 롱아일랜드 뉴하이드파크의 스프링락 골프연습장에서 어머니 박영희씨와 포즈를 취했다.

"등 떠밀려 출전한 대회였는데…."

롱아일랜드 나소카운티 남자 고교생 골프대회에 출전해 우승컵을 거머쥐며 일약 스타로 떠오른 애니 박(한국 이름 박보선·17)양과 어머니 박영희씨는 지난 5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이같이 말하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박양은 이번 대회 우승으로 스타성을 입증했지만 출전 계기는 학교의 부탁 때문이었다.

"버지니아주에서 열린 큰 대회를 마치고 뉴욕으로 올라오는 길에 학교로부터 3일 후 열리는 대회에 출전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습니다. 이에 애니는 대회를 방금 마친 상태였고, 너무 힘들다며 출전을 어려워했지요. 하지만 각종 대회에 출전하느라 학교에 많이 빠졌고, 이번 기회에 학교 명예를 살려 주고 결석한 거 '퉁'치는 셈 치자고 설득했죠. 정말 아무 생각없이 딸아이 등 떠밀어 출전한 대회였습니다."

박양은 "대회 기간 내내 내 게임만 생각했다"며 "실수를 해도 다음 홀 공략을 생각하며 마인드 컨트롤을 했다. 경기 중에는 실수나 각종 주위 환경에 크게 신경쓰지 않는 편이다. 실수에 대한 반성은 경기를 마친 뒤에 한다"고 설명했다.

박양은 연습도 혼자 한다. 매일 방과후 롱아일랜드 뉴하이드파크에 있는 스프링락 골프연습장에서 3시간 정도씩 훈련을 한다. 타이거 우즈와 저스틴 로즈 등 유명 프로선수들의 코치였던 션 폴리(Sean Foley)가 박양의 코치지만 실제 레슨은 1년에 3~4차례 정도만 받는다. 코치가 플로리다에 사는 관계로 그 지역에서 열리는 대회에 참가할 때마다 틈틈히 레슨을 받고 있는 것. 이 때문에 박양은 평상시 연습 때도 어머니가 촬영해 주는 동영상을 보며 직접 스윙을 교정한다. 독학인 셈이다.

박양이 골퍼의 꿈을 키우기 시작한 건 10살 때. 전국 규모의 어린이 골프대회(US Kid's Open)에 출전, 준우승을 하면서 잠재력을 인정받았다. 이 때부터 어머니의 헌신적인 뒷바라지가 시작됐다.

그러나 순탄한 시간만 있는 건 아니었다. 가정 문제로 어려움을 겪으며 3년이라는 기나긴 슬럼프에 빠졌다.

"그래도 이겨냈습니다. 정말 힘든 시간이었지만 골프라는 목표를 바라보며 더욱 노력했지요. 지난달 US여자오픈 퀄리파잉대회 1위 후 애니가 차에서 제 손을 잡으며 '엄마 수고했어, 고마워'라고 말하는데, 눈물이 핑 돌더군요."

박양의 올해 목표는 미국과 유럽 대표팀이 맞붙는 라이더컵 주니어 여자 대표팀으로 선발되는 것이다. 대표팀에 합류하려면 롤렉스 주니어 랭킹 상위 5위 안에 들어야 한다. 현재 박양의 순위는 15위. 9월 24일부터 이틀간 일리노이주 올리피아필즈 컨트리클럽에서 열리는 라이더컵 대회 전에 많은 대회에 출전해 점수를 확보해야 한다.

US여자오픈 출전권을 확보하고도 주니어 대회를 목표로 삼는 건 무슨 이유일까.

"안니카 소렌스탐이 우상입니다. 소렌스탐은 주니어 때부터 탄탄하게 실력을 쌓아왔고, 대학도 나와 지성을 갖추었죠. 나 역시 반짝 떴다 사라지는 선수가 아니라 소렌스탐처럼 탄탄한 실력을 갖춘 선수이고 싶습니다. 그래서 당장은 내 나이에 맞게 프로대회보다는 주니어대회부터 경험을 쌓으려고 합니다."

신동찬 기자 shin73@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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