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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 연습 → 창업 … 3단계 시스템이 답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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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파 석촌역과 잠실역 사이에는 ‘송파 참살이실습터’란 곳이 있다. ‘참살이’는 웰빙(Well-being)을 순화한 우리말로, 웰빙 창업을 원하는 네일 아티스트, 바리스타, 플로리스트를 양성하는 교육 기관이다. 청년실업 해소와 일자리 창출을 목표로 송파구가 중소기업청의 지원을 받아 만들었다. 잠실대교 남단에 있는 ‘디저트, 네일 아트&참살이 창업체험센터’에서는 창업 연습이 이뤄진다. 창업으로 이어지는 3단계 과정을 밟고 있는 3인을 만났다.

글=전민희 기자 , 사진=장진영 기자

● 1단계 ‘송파 참살이실습터’ 교육생 장세란입니다

장세란(31·송파구 송파동)씨는 지난달 21일부터 ‘송파 참살이실습터’에서 네일아트 교육을 받고 있다. 그가 네일아티스트의 꿈을 갖게 된 건 2010년. 지인의 부탁으로 네일숍 간판 디자인과 명함 제작을 도와주면서부터다. 작업의 댓가로 현금 대신 네일아트 회원권을 받은 것이 계기가 됐다. “생전 처음 네일케어를 받았어요. 한두 번 받아보니까 중독성이 있더라고요. 적은 돈으로 기분전환을 할 수 있다는 부분이 매력적이었죠.”

 이후 네일아트에 관심을 갖게 됐다. 일과 관련해 해외 패션블로그를 살필 때면 모델의 손톱에 눈길이 머물렀다.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여자들의 손톱부터 살폈다. 어느 날 문득 ‘패션의 완성은 네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회사를 그만두기 전인 지난해 12월, 네일아티스트인 후배와 네일 액세서리를 판매하는 인터넷 쇼핑몰을 차리기로 했다. “여성들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한 방법의 하나로 네일아트를 받는 이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어요. 충분히 승산 있는 사업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네일 관련 전문지식이 없다는 게 마음에 걸렸다. 그가 송파 참살이실습터에서 네일아트 교육을 받기로 한 이유다. 장씨가 참살이실습터에 매력을 느낀 건 교육비 전액 지원 외에도 이론과 실습을 병행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이론·실습교육 과정을 마친 뒤, ‘디저트, 네일 아트&참살이 창업체험센터(이하 참살이 센터)’에서 창업 예행연습도 할 수 있다더군요. 네일 사업을 미리 경험하면서 새로운 사업전략을 세울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죠.”

손톱 손질과 네일 애나멜 바르는 법을 배우고 있는 장씨는 8월 말 이론·실습 교육을 수료한 뒤 인터넷 쇼핑몰을 창업할 계획이다. 자신의 이름을 건 네일아트숍을 1년 내에 차리는 게 목표다. “10년 후엔 실직자들을 대상으로 한 ‘네일아트 교육기관’을 만들고 싶어요. 제가 직접 교육을 하고, 창업 노하우를 알려주는 시스템이죠. 지금 받고 있는 도움을 누군가에게 베풀어야 하지 않겠어요?” 꿈을 위해 그는 오늘도 네일아트 2급 자격증과 강사자격증 취득 준비에 한창이다.

● 2단계 ‘창업 인큐베이터’ 실습생 최진경입니다

“어서오세요. 잠실마루 쉼터입니다.” 지난달 31일 오후 잠실대교 남단에 위치한 잠실마루 쉼터. 최진경(51·송파구 잠실동)씨가 반갑게 손님들을 맞이했다. 한강대교에 있는 여느 카페와 다를 바 없어 보이는 이곳은 송파구가 운영하는 ‘창업 인큐베이터(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의 예행연습 공간)’다. 참살이 센터에서 일하는 바리스타와 네일아티스트들은 지난해 6월부터 5개월 동안 진행된 ‘송파 참살이실습터’에서 이론·실습 교육과정을 수료하고, 현재 창업을 준비하는 예비 CEO들이다.

최씨도 지난해 커피바리스타 과정을 이수하며 카페 창업에 대한 전반적인 지식을 쌓았다. “실습생 선발 경쟁률이 2대 1이었어요. 3명의 면접관에게 창업을 꿈꾸게 된 계기와 현재 준비상황, 사업체 운영계획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것이 합격으로 이어졌어요.”

지난해 취미생활의 하나로 시작한 바리스타 교육은 그의 인생을 바꿔놨다. ‘내가 카페를 운영하면 손님들에게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커피를 제공할 수 있을 텐데.’ 어렴풋하던 그의 생각은 창업 욕심으로 이어졌다.

 4월 27일 문을 연 참살이센터는 임대료가 없다. 카페운영에 필요한 커피추출 기계도 송파구에서 지원한다. 실전경험을 하기 위해 더 없이 좋은 조건이다. 카페창업을 준비하는 4명의 바리스타 실습생들은 손님들에게 커피를 팔고 남은 매출로 재료를 구입하고 손익분석을 통해 사업전략을 수정·보완한다. “실제 카페를 운영하는 것과 같은 방식이에요. 실습생들이 오전·오후로 조를 나눠 손님을 맞이하고, 남는 시간에는 단가가 낮고 질 좋은 원두를 알아보려 다니죠.”

카페실습을 시작한지 한 달 여. 최씨는 이제 맛있는 커피를 만들고 친절하게 손님을 대하는 일이 익숙해졌고 자신감도 붙었다. “처음에는 대기 손님이 한 명만 있어도 얼어붙었어요. 뭐부터 해야 할 지 머릿속이 하얘졌죠. 하지만 지금은 5~6팀 대하는 것쯤은 가뿐합니다. 8월 실습이 끝나면 사업성 분석을 통해 올해 안에 집 근처에 ‘값싸고 맛있는’ 커피숍을 차릴 거예요.”

● 3단계 플라워숍 ‘자르뎅’ 대표 방정원입니다

지난 2월 송파구 가락동에 플라워숍 ‘자르뎅(Jardin)’이 문을 열었다. 자르뎅은 ‘정원’이라는 뜻의 프랑스어다. 이 곳 대표 방정원(47·송파구 문정동)씨는 결혼 전 4년 동안 고교 교사로 근무했었고 이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것이 목표였다. “둘째 아들이 대학에 입학한 2009년, 어린이집을 차리려고 했어요. 하지만 당시 세계 경제 위기의 영향으로 경기 불황이 지속돼 문을 닫는 어린이집이 속출했죠.” 고민 끝에 어린이집 개원에 대한 꿈을 접었다. 그렇지만 창업의 꿈을 접을 수 없었다.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던 중 ‘꽃집’이 떠올랐다. 꽃꽂이는 방씨의 오랜 취미 중 하나였다. 결혼 전부터 동양·유럽 꽃꽂이를 배웠고, 사범 자격증도 취득했었다.

포장기술을 배우기 위해 학원을 등록했다. 하지만 포장기술만 익혀서는 꽃집을 운영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수소문 끝에 알아낸 곳이 송파 참살이실습터였다. 그는 “참살이실습터에서는 꽃꽂이 외에도 화훼사업 전반에 대한 이론을 가르치고, 현장실습을 병행하고 있어 관련 지식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가장 도움이 된 건 강의 막바지에 진행된 ‘1대 1 창업 컨설팅’이었다. 점포위치와 핵심아이템, 경영전략 등 평소 방씨가 생각하고 있던 꽃집 창업계획에 대해 3명의 창업컨설턴트가 꼼꼼히 검토해줬다. “원래는 절화(가지째 꺾은 꽃) 판매를 위주로 한 꽃집을 하고 싶었어요. 가장 자신 있는 분야였죠.” 하지만 전문 컨설턴트들은 방씨의 계획에 반대의견을 제시했다. “가락동 인근에 초등·중학교가 밀집해 있는 것을 고려해 학생들이 키울 수 있는 식물화분을 주요 아이템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전략은 적중했다. 학교에서 화분을 키우는 일이 많았고, 상당수 학부모가 학교를 방문할 때 화분을 사갔다.

참살이실습터는 창업비용 마련에도 도움을 줬다. 실습터에서 알게 된 일자리지원 담당관과 매니저들이 창업비용 대출 창구를 알려주는 등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송파 참살이실습터가 없었다면, 자르뎅도 없었을 거예요. 제 인생 2막을 열어준 은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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