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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vs 네덜란드, 너 잘 만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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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앙숙 관계인 독일과 네덜란드가 유로 2012에서 같은 조에 편성됐다. 2004년에는 조별리그에서 만나 1-1로 비겼다. 당시 독일의 골키퍼였던 올리버 칸이 네덜란드의 판 니스텔로이에게 골을 허용하는 모습. [중앙포토]

독일은 194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중립국인 네덜란드를 무단 침공했다. 독일은 5년 동안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유대인들을 무참히 학살하고 강제 노동을 시켰다. 그 후 두 나라는 7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앙숙’으로 지낸다. 전쟁은 이제 축구로까지 이어졌다. 유럽의 한·일전인 셈이다.

 운명은 얄궂다. 앙숙이 중요한 길목에서 또 마주쳤다. 독일과 네덜란드가 9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폴란드 공동 개최로 개막하는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12) 조별리그 B조에서 만난다. 유로 2004에서 같은 조에 편성된 이후 8년 만이다. 독일은 마리오 고메스(27·바이에른 뮌헨), 네덜란드는 로빈 판 페르시(29·아스널)가 최전방에서 창을 맞댄다. 만만치 않은 덴마크·포르투갈과 같은 조에 속해 있어 양 팀 입장에선 반드시 이겨야 하는 경기다. 맞대결이 열리는 14일 오전 3시45분(한국시간) 우크라이나 메탈리스트 스타디움에 세계 축구팬들의 눈길이 몰린다.

1990 월드컵 16강전에서 네덜란드의 프랑크 레이카르트(오른쪽)가 독일의 루디 펠러에게 침을 뱉고 있다. [중앙포토]

 ◆지독한 2인자 고메스=그의 이름 앞에는 늘 ‘2’라는 숫자가 따라다닌다. 고메스는 올 시즌 세 차례나 준우승에 머물렀다. 독일 분데스리가와 DFB포칼컵에서는 도르트문트에 밀렸다. 시즌 막판 리그를 포기하고 나선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는 첼시를 만나 일방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승부차기 끝에 져 또 준우승에 머물렀다.

 그는 개인 기록까지 2인자다. 리그 득점왕 부문에서 클라스 얀 훈텔라르(29골)에게 3골 뒤져 2위에 머물렀다. 공교롭게도 훈텔라르는 네덜란드 대표팀 주전 공격수다. 그에게는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이제는 2인자 징크스를 떨칠 때다.

 ◆지독한 왼발잡이 판 페르시=그는 올 시즌 생애 첫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30골)에 올랐다. 지독하게 왼발만 써 ‘오른발은 의족 아니냐’는 비아냥을 이겨낸 결과다. 하지만 아스널을 우승으로 이끌진 못했다. 맨체스터 시티·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밀려 3위에 그쳤다.

 판 페르시도 2005년 FA컵 우승 이후 7년간 우승컵과 인연이 없다. 프리미어리그 최고 공격수지만 2%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독일에서 고메스를 누른 훈텔라르와 투 톱을 이뤄 독일 수비진을 공략한다. 네덜란드는 유로 1988 이후 24년 만에 우승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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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날 때마다 전쟁…이번에는?=독일과 네덜란드는 그동안 38차례 맞대결했다. 독일이 14승14무10패로 근소하게 앞서 있지만 만날 때마다 피 튀기는 전쟁을 펼쳤다.

 유로 1988 준결승에서는 난투극까지 펼친 끝에 네덜란드가 2-1로 이겼다. 1990 월드컵 16강전에서는 독일의 루디 펠러가 네덜란드의 프랑크 레이카르트에게 인종차별 발언을 해 논란이 됐다. 레이카르트는 경기 도중 펠러의 얼굴에 침을 뱉었고 둘 다 퇴장을 당했다. 당시에는 독일이 2-1로 이겼다. 유로 2004에서는 조별리그에서 1-1로 비겼으나 네덜란드는 2위로 8강에 올랐고 독일은 3위로 탈락했다.

키예프(우크라이나)=김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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