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김우중 비자금' 수사 본격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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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이 대우 계열사 전 경영진에 대한 사법처리를 일단락함에 따라 김우중(金宇中) 전 대우그룹 회장이 주도적으로 조성한 비자금에 대한 수사가 본격화될 전망이다.

검찰이 지난 1일 전주범 전 대우전자 사장 등 대우 계열사 전 임원 3명을 구속한데 이어 2일에도 장병주 전 ㈜대우 사장 등 4명을 추가구속함에 따라 대우 경영진에 대한 수사는 사실상 일단락된 셈이다.

이에따라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빼돌리고, 영국 런던의 ㈜대우 현지지사 자금팀인 BFC(British Finance Center)가 비밀리에 관리한 200억달러(25조)의 사용처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모을 방침이다.

검찰은 그간의 조사에서 김 전 회장이 10조원대의 비자금을 조성,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단서를 상당부분 확보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수입대금을 지불하는 것처럼 꾸미거나 계열사 수출대금을 국내에 반입하지 않는 등의 방법으로 200억달러를 BFC에 은닉한 사실은 파악했으나 구체적인 용처에 대해선 현재까지 정확한 윤곽을 포착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밝혀낸 것은 김 전 회장이 97년 10월∼99년 7월 중계무역을 가장, 허위 수입서류를 꾸며 확보한 26억달러와 대우자동차 수출대금 15억달러, 97∼99년 해외에서 차입한 157억달러 등을 BFC 관리계좌로 이체했다는 것.

이에따라 검찰은 BFC를 통해 김 전 회장이 관리한 200억달러의 구체적인 용처를 집중적으로 캐고 있다.

검찰이 BFC의 사실상 관리인인 이동원 전 ㈜대우 부사장(런던법인장)을 2일 소환, 조사한 것은 김 전 회장의 비자금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됐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은행간부 출신인 이 전 부사장은 영국에서 10여년간 근무하면서 대우그룹의 자금관리를 해온 김 전 회장의 핵심 측근 중 한명.

검찰은 특히 김 전 회장이 BFC 외에 다른 해외비선조직을 통해서도 비자금을 조성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이 전 부사장과 앞서 구속한 이상훈 전 ㈜대우 전무등을 상대로 김 전 회장의 정확한 비자금 규모와 구체적인 용처 등을 추궁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BFC를 통한 비자금 조성이 경영상태가 나빴던 IMF 경제위기를 전후한 시기에 집중된 점에 비춰 김 전 회장이 비자금을 개인적으로 유용했을 가능성보다는 현지법인을 통한 해외사업 손실을 보전하는데 썼을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검찰은 김 전 회장이 비자금의 일부를 해외 부동산 구입 등에 사용했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지만 회장이 직접 돈 관리를 한 대우의 특성을 감안할 때 김 전 회장의 신병이 확보돼야 정확한 자금실태가 드러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따라서 검찰은 신병이 확보된 대우 계열사 전 경영진을 강도높게 추궁하는 한편 금감원이 대우 영국법인을 현지실사한 보고서 등을 집중분석, 비자금 수사의 실마리를 찾는다는 방침이지만 김 전 회장에 대한 조사가 이뤄지기 전에는 빠른 시일내에 수사가 진전되기는 어렵다는 게 검찰 안팎의 관측이다.(서울=연합뉴스) 공병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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