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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정치인, 북한문제에 입장 솔직히 밝혀야 옳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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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30일 부산대 경암체육관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송봉근 기자]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30일 대선 출마에 한 발 더 다가선 발언을 했다. 부산대에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이란 주제로 강연을 한 뒤 대학생들의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다. 질문은 사전에 안 원장에게 전달됐으며, 어떤 질문에 답할지는 안 원장이 직접 골랐다. 그는 대선 출마 문제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정치에 뜻을 둔 사람들은 자기 뜻을 대중에 밝히고, 찬성하는 국민의 지지를 바탕으로 행동한다. 그러나 제 경우는 (그와 다른 게) 사회 변화에 대한 열망들이 저를 통해 분출되는 거다. 그걸 온전히 제 개인에 대한 지지라고 생각하면 교만이다. 만약 제가 정치를 하게 된다면 과연 그 기대, 사회적 열망에 어긋나지 않을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저 스스로에 던지는 게 도리고 지금 그 과정 중에 있다. 저에 대한 지지의 본뜻을 제가 파악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게 되면, 제가 분명하게 말씀 드릴 거다.”

 조만간 결단을 내릴 듯한 뉘앙스다. ‘정치를 하게 된다면’이란 전제와 ‘결정을 내리면 분명하게 말할 것’이란 대목이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안 원장이 6월 초께 대선 출마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보고 있다.

 이날 안 원장은 대선주자가 아니라면 굳이 입장을 설명할 필요가 없는 문제에 대해 상세히 답변했다. 통합진보당 사태가 대표적이다.

 우선 통합진보당 옛 당권파의 ‘종북 성향’을 비판했다.

 “진보정당은 인권, 평화 같은 보편적 가치를 중시한다. 그런데 이런 잣대가 북한에 대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동의하기 어렵다. 북한은 좋든 싫든 대화해야 할 대상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보편적 인권이나 평화에 심각한 문제를 가진 거는 우리 모두 아는 사실이다. 유독 이 문제가 안 보이는 사람이 있다면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이건 사상의 자유와는 별개 문제다. 개인의 사상이야 헌법이 보장하지만, 국가 경영에 참여하는 정당이나 정치인은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을 솔직히 밝히는 게 옳다.”

 북한 핵이나 인권 문제에 함구하는 옛 당권파를 겨냥한 발언이다. 단, “이 문제가 건강하지 못한 이념 문제로 확산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두고 일부에서 빨갱이라고 공격하는 거 보고, 사실 어처구니없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통합진보당의 경선 부정에 대해선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에서 민주적 절차가 지켜지지 않았단 사실에 많은 분들이 실망하고 있다. 다양성의 시대에 소수자를 대변하는 정당이 꼭 필요하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진보정당은 기성 정당보다 훨씬 더 민주적인 절차를 중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상임고문이 제안한 공동정부론에 대해선 “이 시점에서 제가 생각하고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즉답을 피했다. “문 고문의 말씀은 저를 거론해서 한 말이라기보단 분열보단 화합의 정치가 필요하다는 좋은 철학을 보여 주신 것”이라면서 피해갔다.

 대신 박근혜 새누리당 의원과 문재인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에 대한 ‘인물평’을 했다. “우리나라에 좋은 정치인들이 많다. 새누리 박근혜 전 대표, 문재인 상임고문이 그런 분들 중 한 분이 아닐까 생각한다. 박 전 대표는 지도력과 신뢰성이 뛰어나다. 문 고문은 국정 경험과 인품이 뛰어나다. 지지도를 보면 국민 생각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기존 정치권과는 거리를 유지했다. 안 원장은 “지금 여전히 정치가 과거 프레임을 벗어나지 못한 거 같다. 오늘이 국회 개원일인데, 원 구성도 제대로 안 돼 있고, 벌써 서로 날이 서 있다. 심지어 굉장히 민망하게, 여야 간 상대방 정치인을 두고 한쪽에서는 10년째 어떤 분의 자제(박정희 전 대통령)라고 공격하고, 한쪽에서는 5년 10년 내내 좌파세력이라고 공격하고, 사실 이게 일종의 강한 표현으로 구태다. 이걸 보시는 (국민들의)기분이 어떤가”라고 반문했다. 그는 “상대방을 지지하는 국민 절반을 적으로 돌리고, 국민을 반으로 갈라 놓는, 낡은 프레임과 낡은 체제로는 아무런 사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안 원장은 강연에서 ‘복지’와 ‘정의’, 그리고 ‘평화’를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으로 꼽았다. ‘복지’와 ‘정의’라는 키워드를 통해 자신의 경제관을, ‘평화’란 단어를 통해 안보관을 부각하려 했다.

 안 원장은 “(자신이 생각하는) 복지는 단순히 분배하고 소비만 하는 분배가 아니라 일자리와 복지가 긴밀하게 연결되고 선순환되는 넓은 의미의 복지”라고 밝혔다.

 정의에 대해선 “모든 사람이 같은 출발선상에 서고, 어떤 반칙이나 특권이 없는 환경을 제공하고, 결승전에서의 패자에게 재도전 기회를 줄 수 있는 게 정의로운 사회의 필수적 세 가지 요소”라고 주장했다. 그는 “복지 정의 사회도 평화 없인 불가능하다”며 “통일이 안 되면 평화체제가 유지될 수 있을지 미지수지만 통일로 가기까진 평화를 지키고 평화체제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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