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현대사 현장음 담은 인터넷 방송 인기

중앙일보

입력

"이 경직된 사회는 젊은이의 희생을 요구한다!"

1975년 4월 11일 서슬 퍼런 유신독재에 할복자살로 항거한 서울대생 김상진씨. 할복 당시 그의 절규와 주변 동료들의 외마디 비명 등 한국 현대사를 장식한 굵직한 사건의 현장음을 그대로 담은 인터넷 방송이 인기를 끌고 있다.

'CBS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http://www.cbslove.com)이 지난 24일 인터넷에 올린 'CBS의 고난과 영광' 시리즈에는 벌써 네티즌 1만여명이 다녀갔다.

'CBS를…' (임시대표 양길승 참여연대 운영위원장)은 "CBS 권호경 사장의 파행적 운영에 맞서 파업을 벌이고 있는 CBS노조를 지지하고 CBS의 정상화를 기원한다" 는 취지로 지난 16일 결성됐다.

총 40여분 분량인 이 방송은 61년 5월 16일 새벽 5시 상황에서 시작한다. 성우 천세권씨의 해설대로 당시 서울 연희동에 있던 기독교방송 송신소를 점거한 군인들은 당직 아나운서의 새벽잠을 깨워 쪽지를 읽게 했다.

"부패하고 무능한 현정부로 말미암아 국민들이 도탄속에...(중략)...16일 새벽 4시에 궐기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이밖에도 4.19혁명 후 장면 전 총리가 했던 연설과 박정희.김대중.김영삼 등 한국 정치인들의 육성도 담고 있다. 하지만 이들 육성보다는 역시 역사 현장의 소리들이 더 생생하다.

77년 11월 11일 59명이 사망하고 1천3백43명이 부상한 이리역 화약운반 열차 폭발 대참사. 우연히 근처에서 딸아이의 재롱을 녹음하던 CBS 아나운서의 녹음기에 그 폭발 소리가 생생히 담겼다.

74년 8월 15일 육영수 여사 저격 사건의 총소리, 80년 5월 21일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발포 소리도 들을 수 있다.

또 "일당은 4백71원이구요, 수당까지 모두 합쳐 한달에 받는 돈은 1만9천원정도 돼요" 라고 말하는 70년대 어느 여성 근로자의 얘기, "어머니 금메달 땄습니다" 에서 "니 욕봤다" 로 이어지는 올림픽 첫 금메달리스트 양정모 선수 모자의 대화 등 사회상도 담겨 있다.

이 인터넷 방송에 실린 내용은 지난 94년 CBS 창립 40돌을 맞아 제작한 15분짜리 라디오 뉴스에 CBS노조가 각종 음성 자료를 추가해 만든 것이다.

민경중 CBS 노조위원장은 "영광과 오욕의 한국 현대사와 함께 한 CBS의 역사를 젊은 네티즌에게 알리고 싶었다" 며 "이 방송을 듣고 CBS 정상화를 위해 서명하는 네티즌이 늘고 있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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