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S윈도를 구겨넣을 순 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 90년대 중반 마이크로소프트(MS)가 개발한 인터넷 익스플로어의 수석 프로그래머였던 사토시 나카지마는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유별난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는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전도유망한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Java)를 다운로드받을 수밖에 없었다. 당시 MS에서 다른 회사의 기술에 의존하는 것은, 특히 경쟁업체인 선 마이크로시스템스의 기술인 경우 거의 반역으로까지 여겨졌다. 결국 나카지마는 집에서만 자바 언어를 써야 했다.

나카지마는 “자바 언어의 단순함에 반했다”며 “회사에서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이 유감스러웠다”고 말했다.
지난해 2월 MS를 떠나 무선 벤처 투자회사인 이그니션(Ignition)社에 합류한 나카지마는 자바를 마음껏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사실 그는 자신이 새로 설립한 신생기업 UI에볼루션(UIEvolution)社의 운명을 전적으로 자바 언어에 걸고 있다. 여덟 명의 창업 멤버와 이그니션社로부터 설립 자금 200만 달러를 확보한 그는 소형 단말기용으로 특별히 개발된 마이크로 자바 언어를 이용, 이동 단말기 전용 게임 개발에 나섰다.

나카지마의 이번 사업이 그다지 혁신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일지 모르나, 많은 애널리스트들은 J2ME(Java2 Micro Edition)로도 알려진 마이크로 자바가 다양한 종류의 단말기에서 운용될 수 있는 일반적인 플랫폼이 될 가능성이 충분한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마이크로 자바는 현재 사용되고 있는 개인휴대단말기(PDA)의 단순한 문자 기반 메뉴보다 훨씬 다양한 그래픽으로 처리된 메뉴를 제공할 수 있다. 따라서 모든 종류의 단말기에서 사용 가능한, 보다 정교하고 멋진 애플리케이션 제작이 가능하다. 또한 기종이 다른 가전제품간의 호환성 구현이라는 자바의 원래 목적도 달성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99년에 영화산업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렸던 비디오게임 산업은 이제 이동전화시장을 노리고 있다. UI에볼루션은 PC 사용자와 이동전화 사용자가 서로 대결할 수 있는 화려한 그래픽 멀티유저 게임을 제작하고 있다. UI는 사용자 인터페이스(User Interface)를 뜻한다.

일본의 게임 전문업체인 세가(Sega)는 올해 상반기에 출시될 모토로라 휴대폰을 위한 자바 기반의 게임을 제작,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UI에볼루션도 춘추전국시대를 맞고 있는 이동 단말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각각의 단말기 종류별로 자체 운영체제를 가지고 있으며, 팜 OS는 수백만 대의 PDA 운영체제로 이용되고 있다. 그러나 PC의 윈도처럼 독점적 지위를 가진 PDA용 운영체제는 아직 없다.

마이크로 자바를 채택하고 있는 업체들은 모두 하나같이 쟁쟁한 기업들이다. 모토로라·노키아·NTT도코모 그리고 팜 등이 있다. 비록 마이크로 자바의 PC버전에서 버그(프로그램의 작은 오류)가 발견되긴 했지만, 나카지마는 이 기술이 조만간 이동 전화기나 PDA 같은 대중적인 제품에도 사용될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UI에볼루션은 행맨(Hangman), 삼목(三木) 게임(tic-tac-toe), 인베이더 등 게임의 소형 버전을 제작하는 등 다소 조심스럽게 출발했다. UI에볼루션의 다음 행보는 무선전화 서비스업체에 게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위한 라이선스 계약을 맺는 것이다.

UI에볼루션은 현재 모토로라 등 몇몇 업체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나카지마는 또 이달 안으로 선보일 최신 i모드 단말기에 마이크로 자바 기반의 게임을 서비스할 예정인 일본 휴대폰업계의 거인 NTT도코모와도 협상을 진행 중이다.

MS 윈도의 토대를 마련했던 크리스 구작은 나카지마에 대해 “야심으로 가득 찼지만 자신의 생각이 먹혀들지 않자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다. 자신의 생각대로 프로젝트가 진행되지 않으면 다른 프로젝트로 자리를 옮겼다. 새일에 몰입하고 생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사토시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 말했다.

나카지마는 이제 누구의 간섭 없이 자기 방식대로 무선 컴퓨팅의 기술적 난관에 도전하고 있다. 그는 “윈도를 무선 단말기의 작은 창에 구겨넣을 수는 없다”며 “창조적인 사고로 처음부터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개발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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