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신경교세포 중대기능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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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의 신경교세포(神經膠細胞)가 지금까지 알려진 것과는 달리 뇌기능 수행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새로운 사실이 밝혀짐으로써 뇌기능과 뇌질환 연구에 새로운 전기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의 벤 바레스 박사는 미국국립과학원 학술지 사이언스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신경교세포가 뇌에서 가장 중요한 신경원(神經元)을 수동적으로 보조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신경원들이 상호 신호를 주고받기 위해 어느정도의 시냅시스(연접-連接)를 만들지를 직접적으로 결정하는 매우 중대한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바레스 박사는 이 새로운 발견은 뇌에서 기억이 어떻게 형성되는지를 이해하고 간질같은 뇌질환이나 루 게리그병의 원인을 규명하는데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바레스 박사는 신경교세포는 신경원 하나에 10개씩 들어있기 때문에 뇌세포의 거의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다고 밝히고 그러나 지금까지의 학설로는 신경교세포가 영양공급 등 신경원을 보조하는 정도의 기능을 수행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고 말했다.

신경원은 서로 화학신호의 교환을 통해 메시지를 주고 받는 기본단위의 신경세포로서 이러한 신호를 교환하자면 반드시 시냅시스를 만들도록 되어있다. 이들이 교환하는 신호는 통증이 발생하고 있다거나 걷기 위해 다리를 움직이라거나 특정 기억을 떠올리라거나 하는 그런 것들이다.

바레스 박사는 지금까지 학자들은 신경원이 서로 필요한 만큼의 시냅시스를 만드는 것으로 생각해 왔으나 신경원은 부근에 주요 신경교세포인 신경교성상세포(星狀細胞)가 없으면 몇개의 미성숙 스냅시스밖에는 만들 수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말했다.

바레스 박사는 시험관 실험에서 신경원에 신경교성상세포를 추가로 투입한 결과 순식간에 신경원이 강력하고 건강하고 완숙된 스냅시스를 7배나 더 많이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바레스 박사는 또다른 실험에서 신경원으로 부터 신경교성상세포들을 빼앗아 본 결과 스냅시스들이 갑자기 위축되기 시작했다고 밝히고 이는 신경교세포들이 스냅시스 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이 실험결과는 신경원이 얼마만큼의 시냅시스를 만드느냐에는 환경적인 신호가 심대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바레스 박사는 강조했다.

바레스 박사는 많은 신경질환은 뇌의 손상된 부위에 신경교세포가 비정상적으로 많이 축적되는 이른바 ''교세포과다증'' 현상이 나타난다고 밝히고 이는 신경교세포가 손상에 과잉반응을 나타내 신경원으로 하며금 너무많은 시냅시스를 만들게 한 결과로서 이는 바로 간질발작같은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고 지적했다.

근육신경이 죽어가는 퇴행성 질환인 루 게리그병은 처음엔 한 부위에서만 신경원들이 죽다가 차츰 다른 부위의 신경원으로 확대되는데 이는 신경교세포의 과잉반응이 신경원을 과도하게 자극함으로써 점점 더 많은 신경원을 죽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고 바레스 박사는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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