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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적 문제 있더라도 순간적 분노 누를 수 있게 조기교육 시스템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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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가정 내 문제가 씨앗이 돼 범죄로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험에 노출된 아이들에 대한 조기 개입이 필요하다. 어릴 적 사소한 비행이 심각한 범죄로 발달하기 전에 차단하는 선제적 예방장치를 국가적 차원에서 갖춰야 한다는 의미다.

 미국 내 32개 주에서 시행 중인 ‘가정보육전문가 지원제도’는 저소득층 가정을 대상으로 하는 대표적 범죄예방 프로그램이다. 저소득 계층에서 첫 출산을 앞둔 임신부가 프로그램에 지원하면, 출산 6개월 전부터 출산 후 2년까지 보육전문가가 총 64회에 걸쳐 가정을 방문한다. 육아에 대한 교육뿐만 아니라 직접 방문을 통해 아동학대를 미연에 방지하는 효과도 누릴 수 있다.

 전영실 형사정책연구원 예방처우연구센터장은 “저소득층 가정은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많고 자녀를 신경 써서 돌볼 여유가 다른 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어 부적절한 사회화가 이뤄질 수 있다”며 “출산 단계부터 조기에 개입해 관리하는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부모의 이혼 등으로 붕괴된 가정의 자녀들을 위해서는 ‘라포(rapport·신뢰와 친근감으로 이뤄진 관계)’를 형성해줄 상담 전문가도 필요하다.

경기대 이수정(범죄심리학) 교수는 “가정적 문제를 가진 아이라도 자신을 이해해 주고 믿어 주는 사람이 주변에 있으면 축적된 분노를 억제하고 조절해 건전한 사회인으로 클 수 있다”며 “소년 교정기관이 대학과 같은 민간 상담센터와 연계해 상담 서비스를 제공한다면 강력범죄를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각급 법원에서 시행 중인 치유적 사법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서기석 수원지방법원장은 “이혼 사건에서의 부모교육과 아동상담, 소년사건에서의 전문가 심리상담, 보호자 특별교육 명령 등 현재 시행 중인 교화 프로그램들을 적극적으로 활성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위험단계에 진입한 아이들을 위한 재범방지 프로그램 지원도 대폭 늘려야 한다. 현재 출소한 범죄자들의 사회 적응을 돕는 기관인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산하 청소년 전담 시설은 3곳에 불과하다. 수용인원은 한 곳당 10여 명 수준이다. 한 해 10만 명 가까이 나오는 소년범죄자들을 감당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다. 유병선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울 서부지소장은 “이미 선을 넘어버린 소년범들을 다시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시키기 위해서는 특화된 교육이 필요한데 현 시설로는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질적인 부모교육도 필요하다. 가정의 역할과 양육 전반에 대한 교육을 공교육 내에서 소화해 부모로서 기초소양을 기본적으로 갖출 수 있게 하자는 의미다.

탐사팀=최준호·고성표·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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