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아파트 뺨치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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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왼쪽부터 서울 상암동 한화 오벨리스크 39㎡형 내부 모습, 경기도 성남시 판교신도시 판교역 SK HUB에 조성될 정원, 서울 서대문구 대현동의 신촌 자이엘라에 들어설 북카페.

소형주택 대체 상품으로 각광받고 있는 오피스텔이 진화하고 있다. 아파트 못지않은 대단지에다 신평면·커뮤니티 등이 갖춰지면서 주거 편의성이 높아졌다. 1~2인 가구의 증가로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오피스텔을 1실만 임대해도 취득·재산세 등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어 찾는 사람이 많아진 것도 작용했다.

 여기에 대형 건설업체가 아파트보다 분양이 잘되는 오피스텔 시장에 속속 뛰어들면서 품질이 확 좋아졌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10대 건설사가 분양 예정인 브랜드 오피스텔단지는 서울·수도권에서만 1만1000실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6월에만 6000여 실이 쏟아진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규모다. 이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1000실 이상의 대단지 오피스텔이 속속 선뵌다. 대우건설은 분당신도시 정자동에 1300실, 성남시 중원구 성남동에 1061실의 대형 오피스텔단지를 짓는다. GS건설은 경기도 수원시 광교신도시에 1276실을 내놓는다. SK건설 신동주 부장은 “아파트를 짓던 노하우가 오피스텔에 적용돼 사실상 ‘미니 아파트’로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단지 규모가 커지면서 커뮤니티시설도 한층 좋아졌다. 피트니스센터·실내 골프연습장뿐 아니라 대형 정원에 비즈니스룸·북카페·세탁물 서비스룸까지 갖추고 있다. SK건설이 판교신도시에 짓는 판교역 SK HUB의 지상 1층과 옥상에 정원이 있다. 대우건설은 서울 청담동에 공급한 청담역 푸르지오시티의 1개 층(지상 3층)을 모두 비즈니스룸 등으로 꾸민다. 부산시 해운대구 중동 해운대 푸르지오시티에도 입주민을 위한 비즈니스룸·북카페 등이 조성된다. 한화건설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는 상암 한화오벨리스크에 세탁물을 맡기고 찾을 수 있는 세탁물 서비스룸, 24시간 생필품을 살 수 있는 자동판매기룸 등을 갖춘다.

 성남시 삼평동 판교역공인 임좌배 사장은 “입주민 편의시설은 쾌적한 주거환경 조성에 큰 역할을 하고 눈높이가 높은 아파트 수요를 끌어들일 수 있는 매력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주택 기능이 강화되고 공간활용도가 높아진 것도 특징이다. GS건설은 오피스텔 등 소형 주거시설을 위한 소형 전용 평면(테라스·와이드타입 등)을 개발했다. 입주자가 마음대로 공간을 나눠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한화건설은 침대를 책상·벽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한 준주택 전용 평면(스마트셀)을 개발했다.

 최신 아파트에서나 볼 수 있는 에너지 절감 시스템도 속속 도입된다. 대림산업은 서울 광진구 자양동의 광진 아크로텔에 중수·빗물, 통합 실외기 활용 시스템을 도입했다. 한화건설은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짓는 상암한화오벨리스크에 태양광발전 및 우수 재활용 시스템을 적용했다. 상암동 현대공인 김관호 사장은 “이런 시스템은 관리비 절감에 도움이 돼 실수요뿐 아니라 투자자 입장에서도 공실 우려가 적고 월세를 다소 높게 받을 수 있어 유리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오피스텔은 다양한 시설이 갖춰지는 만큼 분양가가 비싼 편이다. 공사비가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용면적이 넓다는 것도 단점이다. 그만큼 전용률이 낮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입주민이 실제로 사용할 있는 전용면적은 월세를 정하는 데 중요한 요인이어서 투자에 앞서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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