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노래는 애절, 연기는 완숙 … 빛나는 다섯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시상식의 꽃은 뭐니뭐니해도 여우주연상이다.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더 뮤지컬 어워즈’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 한 해 무대 위에서 가장 화려하게 빛났던 여배우 다섯이 후보에 올랐다. 다섯 중 둘은 지난해에도 후보에 오른 옥주현과 정선아다. 다른 후보 셋도 빼어난 가창력과 연기력을 자랑했다. 김영주·김지우·방진의가 그들이다. 과연 올해는 누가 한국 뮤지컬 최고의 디바로 등극할까.

김영주
섹시·소박함 넘나든 ‘아가씨’

김영주(38)는 한국 뮤지컬계 대표 대형 배우로 꼽힌다. 풍부한 성량, 폭발적인 가창력, 넘치는 카리스마로 무대를 장악한다. 지난해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그는 열 살 어린 이율(28)과 호흡을 맞췄다. 부담스럽지 않았을까. “너무 어려서 커플로 어울릴까 걱정했다. 만나보니 진중한 성격에 세심하게 파트너를 감싸줬다”고 했다. 김씨는 오히려 후배에게 공을 돌렸다. 오랜 무대 생활에서 쌓아온 겸손함과 자신감이다.

 1983년 초연돼 19년간 관객을 만난 스테디셀러 ‘아가씨와 건달들’에서 김씨가 보여준 연기는 독보적이었다.

순천향대 원종원 교수는 “이전 작품에선 여주인공은 쇼걸의 이미지가 강했다. 반면 김영주는 인간미를 가미시켰다”고 평했다. 섹시함과 소박함을 넘나드는, 새로운 ‘아가씨’가 김영주를 통해 탄생했다.

김지우
연기력 일취월장한 ‘라라’

“왜 뮤지컬 무대에 먼저 서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탤런트 출신 김지우(29)에 대한 평가다. 2006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로 데뷔한 김지우는 올해 7년차 뮤지컬 배우다. 그에게 올해는 각별했다. ‘금발이 너무해’ ‘젊은의 행진’ 등 주로 밝은 역할을 맡아 온 그에게 ‘닥터지바고’의 ‘라라’역은 새로운 영역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린 시절 깊은 상처를 가슴에 묻은 채, 팜므 파탈의 양면성도 지니면서 사랑과 현실 앞에서 방황하는 ‘라라’의 다층적이고 복잡한 심리를 연기하기란 녹록하지 않은 일. 그의 캐스팅 소식에 뮤지컬 팬들은 고개를 갸웃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불식시키고 김지우는 세밀한 감정 표현과 절제력으로 ‘연기자 김지우’의 진면목을 유감없이 보여주었다. 청강문화산업대 이유리 교수는 “모든 면에서 일취월장(日就月將) 했다”고 평가했다.

방진의
극의 디테일 살려낸 ‘왓슨’

“처음부터 뮤지컬 배우를 꿈꾼 것은 아니다.” 방진의(32)는 이렇게 말했지만 그는 타고난 뮤지컬 배우다. 결정적인 순간, 화려함만을 추구하는 다른 배우와 달리 그는 늘 한결같고 자연스럽다. 한치의 오차도 없는 발음과 발성으로 “노래로 드라마를 정확히 전달하는 최고의 뮤지컬 배우”라는 평가다.

 방씨는 ‘셜록 홈즈’에서 홈즈의 친구인 ‘왓슨’ 역을 맡으면서 극의 디테일을 살려냈다. 연극적 요소가 강한 ‘셜록 홈즈’는 방진의에게 맞춤옷 같은 작품. 그의 인기와 연기력이 갑작스레 나온 건 아니다. 그는 20대 초반부터 ‘지하철 1호선’ 등 소극장 뮤지컬 무대에 꾸준히 서며 실력을 다져왔다. 2009년 뉴욕 뮤지컬 페스티벌에서 ‘마이 스케어리 걸’로 최고 연기상을 받기도 했다. “방진의가 나오면 우선 마음이 편안해진다”라는 팬들의 반응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옥주현
다져온 내공 발산 ‘엘리자벳’

이제는 ‘가수’라는 이미지를 깨고 뮤지컬 배우로 더 유명해진 옥주현(32). 그는 올해 안티팬의 발걸음을 돌릴 정도로 열정적 면모를 보여줬다. 뮤지컬 ‘엘리자벳’에서다. 뛰어난 가창력과 함께 연기력도 인정받았다. 엘리자베스는 19세기 오스트리아 황후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비극적인 최후를 맞았던 인물. 옥씨는 20대부터 60대까지 엘리자베스의 기구한 인생을 다양한 창법으로 담아냈다. “엘리자베스의 정신적 고통이 제가 여러 가지 일을 겪어오면서 추슬러야 했던 마음과 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옥씨는 2005년 뮤지컬 ‘아이다’로 데뷔했다. 처음엔 불안정한 연기력과 ‘아이돌 출신이 그렇지…’라는 뮤지컬계 폐쇄성이 겹쳐 평가절하되기도 했다. 하지만 ‘시카고’ ‘몬테크리스토’ ‘캣츠’ 등에 묵묵히 출연하며 내공을 다졌다. “‘엘리자벳’은 뮤지컬 배우 옥주현의 가치를 재확인시켜준 최고의 무대”라는 평가다.

정선아
관능미로 무대 압도 ‘에비타’

스타성과 실력을 겸비한 대표적인 ‘블루칩’ 여배우. 뮤지컬 ‘에비타’에서 정선아(28)가 보여준 매력은 짧은 글로 설명하기 힘들다. 성녀와 창녀라는 엇갈린 평가를 받으며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에 오른 에바 페론. 정씨는 관능적 외모와 매력적인 목소리를 통해 에바 페론의 굴곡진 인생을 완벽히 소화했다. 정수연 평론가는 “연기·노래·무대 모두를 장악하면서 20대라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완숙함을 표출했다”고 전했다.

 정선아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주어진 역할에 모든 것을 바치는 배우’다. “전생에 내가 에바가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피끓는 열정이 나와 닮았다”고 했다. 금발의 에바 페론을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그는 가발 대신 탈색을 택하기도 했다. 2, 3회 때 여우조연상을, 4회때 인기스타상을 수상한 그에게 올해는 어떤 결과가 돌아올까.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