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동에 비친 IMT-2000사업 승패명암

중앙일보

입력

"승자에게는 영광이, 패자에게는 상처만 가득"

지난해 국내 통신업계를 뜨겁게 달궜던 IMT-2000 사업권 경쟁이 한국통신과 SK텔레콤의 승리로 1차 막을 내린 가운데 최근 단행된 해당 통신업체들의 임원인사는 승패의 명암을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21일 관련업체들에 따르면 50대 초반의 엔지니어출신인 이상철(李相哲) 사장을 맞은 한통은 임원들의 대대적인 물갈이가 있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 달리 지난 5일 조직 안정화에 초점을 맞춘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특히 IMT-2000 사업과 관련해 남중수 IMT사업추진본부장이 상무보에서 전무로 승진, 요직중의 하나인 재무실장을 맡았고 최안용 기획조정실장도 상무보에서 전무로 승진했다.

한통 임원인사에서 국장급 9명이 집행임원인 상무보로 승진한 반면 임원자리에서 물러난 기존 임원은 2명에 그쳤다.

SK텔레콤의 경우 IMT-2000 선정과정에서 `입''역할을 맡아 맹활약했던 조민래 상무가 기획조정실장으로 중용됐고 IMT-2000 사업추진단의 사업기획담당이었던 서종렬 부장과 기술계획팀장인 신종환 부장이 각각 상무대우로 승진했다.

또 IMT-2000 사업권 경쟁의 홍보전에서 공로를 세운 홍보팀장 신영철 부장도 상무대우로 승진하는 영광을 누렸다.

SK IMT 사업추진단장인 조정남 사장이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표문수 부사장이 대표이사 사장으로 격이 높아진 것도 사업권 획득의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비동기식 IMT-2000 사업권 획득에 실패한 LG IMT-2000 사업추진단은 현재 조직이 해체되는 수순을 밟고 있다.

LG전자, LG텔레콤, 데이콤 등 LG그룹의 3대 통신업체로 구성된 추진단은 80여명에 달하던 인원이 사업권 획득 실패후 소속사로 복귀, 현재는 20명도 채 되지 않은 상태다. 추진단 소속 임원중 승진한 경우는 아직 없고 향후 통신사업 포기여부를 고민해야 하는 가슴 아픈 상황에 처했다.

동기식 IMT-2000 사업권에 단독 신청하고도 자격미달로 탈락한 한국 IMT-2000컨소시엄을 주도하고 있는 하나로통신에서도 임원승진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하나로통신은 오는 3월중순 동기식 IMT-2000 사업권에 도전하기 위해 IMT-2000 사업추진단을 본부로 확대, 신윤식 사장이 직접 본부장을 맡아 의욕을 보이고 있지만 역시 패배의 아픔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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