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카르랠리] 스포티지 2호, T3.3 부문 6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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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 파리-다카르 랠리 코스의 마지막 국가인 세네갈과 이미 거쳐온 5개국 확연하게 구분짓는 풍경은 바오밥 나무다.

세네갈 국가 휘장에도 등장하는 바오밥은 한국의 소나무처럼 어디서나 만날 수 있을 만큼 흔하다.그러나 세네갈의 바오밥은 프랑스 소설가 셍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줄기 무성한 낭만적인 나무가 아니다.

세네갈의 바오밥은 척박한 사막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철저히 적응한 적자생존의 표본 같다. 잎들을 모두 떨구고 고목처럼 겨울 건기를 버티는 바오밥은 7∼8월 우기때 잠시 잎과 꽃을 피우며 생기를 되찾는다.

바오밥처럼 사막의 모래바람을 버티며 20일(현지시간) 다카르로 입성한 랠리 일행은 꿈에도 그리던 마지막 경쟁 구간 25㎞만을 남겨두고 있다.

각 출전자들이 거둘 잎사귀 수는 21일 결과에 따라 최종 확정된다.분명한 건 건기의 사막을 20일 동안 달려온 출전자들 모두가 어김없이 새 잎을 달게 될거란 점이다.

탐바쿤다에서 다카르에 이르는 19번째 경쟁구간 2백17㎞(총구간 5백64㎞)는 미쓰비시 팀의 히로 마쓰오카(일본)를 올해 대회 최대의 희생자로 만들었다.

전날까지 2위 장 루이 슐레서(프랑스)를 합계 기록에서 7분28초나 앞서며 우승을 굳히는 듯 했던 마쓰오카는 경쟁구간 24㎞ 지점에서 피스트를 벗어나며 왼쪽 뒷바퀴 서스팬션에 문제가 생겨 남은 구간에서 속도를 낼 수 없었다.

결국 도착지점을 슐레서보다 52분21초 늦게 통과했고 합계 기록에서도 70시간22분51초로 슐레서(69시간40분53초)에 41분 이상 뒤지며 1위 자리를 내줘야 했다.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으니 마지막까지 조심해야 한다’는 파리-다카르 랠리의 불문율이 올해는 마쓰오카에게 적용된 셈이다. 마쓰오카는 같은 팀 유타 클라인슈미트(독일)에도 3분 가까이 뒤져 3위로 처졌다.

기아 스포티지 2호차 커트 르 덕은 구간 기록 2시간39분57초로 11위에 오르며 4일 연속 선전했다.완전 개조 T3 부문을 구동방식·엔진종류에 따라 다시 세분한 T3.3(4WD 가솔린엔진)부문 순위로는 6위,T3 부문 전체에서는 22위다.

랠리 중반 말썽을 부려 기록을 깎아먹은 프론트 액슬 고장이 두고 두고 아쉬운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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