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터 차 “북, 오바마 협상 재개에 관심 없다는 것 알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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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후 북한의 미래’란 주제의 제2 회의와 1회의 후반부에선 이명박 정부의 대북 정책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펼쳐졌다. 문정인 연세대 교수는 “외교 장벽 중 가장 큰 게 두려움이다. 북한이 미국에 원하는 건 적대 정책을 버려달라는 것”이라며 “북한이 검증 가능한 방법으로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면 우리가 (북·미) 평화협정이란 보상을 해줄 수도 있지만, 빅터 차 교수의 저서 『불가능한 국가』란 개념으론 어떤 대화도 끌어낼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제임스 스타인버그 전 미 국무부 부장관은 “우리는 평화 의지를 보였는데 북은 미사일로 답했다”며 “북을 봐줄 생각이 없다”고 말했다. 빅터 차 CSIS 한국석좌는 “1984년부터 지금까지 북·미 관계 사이클을 검토한 결과, 도발 이후 평균 5.7개월이 지나면 다시 협상이 재개됐다”며 “북한은 오바마 대통령이 (과거와 달리) 협상 재개에 관심이 없다는 데서 교훈을 얻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발언 요지.

 ▶스티븐 해들리 전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북·미 합의가 깨졌다고 북한 주민을 향한 인도주의적 지원까지 끊어서는 안 된다. 그동안 ‘도발-제재-보상’이라는 나쁜 교훈을 북한이 배운 데는 우리의 책임도 있다. 그 학습 효과를 바꾸고 악순환을 깨려고 한다면 지금까지와는 달라야 한다. 적절한 시점이 되면 다시 6자회담으로 돌아가는 게 좋다. 또 한국과 미국 대선이 끝난 내년 1월 이후에 차기 정부들이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금부터 시간을 갖고 전략을 세워야 한다.

 ▶현인택 대통령 통일정책특보=북한에 성숙한 시장경제를 꽃피우는 일이 쉬운 과제는 아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 수준이 높기 때문에 북한을 변모시킬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북한 주민도 근면 성실하다. 개성공단과 비슷한 공단을 10개만 만들어도 북한의 경제난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북한과 중국이 변할 수 있느냐가 가장 걱정되는 부분이다.

 ▶길정우 국회의원 당선인=최근 북한의 대남 발언은 점점 강경해지고 있지만 세대 교체에 따른 내부 단속용 성격이 강하다. 그들이 바뀌기를 기다리고 있기보다는 우리가 바뀌어야 한다. 우리 국민은 대북 정책에 대해 ‘실험은 그만’이라고 외치고 있다. 보수든 진보든 평화와 통일을 원한다. 차기 정권의 대북 정책은 과거 정부와의 반대로 치우치려는 유혹에서 벗어나야 한다.

 ▶김현종 전 유엔대사=대북 정책에서 강·온책을 다 써봤지만 어떤 것도 비핵화를 끌어내지 못했다. 김정은은 선군정치와 경제 자립을 같이 하겠다고 하고 있지만 역설이다. 벌써 북한의 1년 예산으로 알려진 56억 달러 중에 미사일 발사로 8억 달러 이상을 쓰지 않았나. 북한에 유익한 변화를 유도하는 것은 자본주의적 시스템과 인센티브 투입이다. 그 힘은 우리에게 있다. 군사적 억지력은 반드시 필요하지만 북한과의 접촉을 포기해서도 안 된다.

 ▶빅터 차=지금 북한에선 엄격하게 따져 김정은의 고모(김경희 당 비서)만이 유일한 혈육인데 건강이 악화되고 있다. 북한 지도체제의 안정을 위해 좋지 않은 신호다. 60년간 최종 결정을 독재자에게 맡기는 데 익숙한 나라에서 판단 잘못이 많아질 수 있다. 향후 전략에 있어 중요 요소는 정보력이다. 북한은 정보를 통제하면서 정치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북에 대한 정보가 많아지면 달라질 것이다.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무부 부장관=북한에 인내하는 건 짜증나는 일이지만 중요한 것은 민주주의 국가가 결국 승리했다는 점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북한이 한국처럼 민주국가가 되는 것이다. 비핵화도 중요한 문제지만, 통일 준비 같은 다른 노력도 해야 한다.

특별취재팀=전수진·유지혜·이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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