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민들 "고래사냥' 호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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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년째 오징어잡이를 하고 있는 21t급 용성호 선장 이칠형(李七兄.47.경북 포항시 남구 구룡포읍)씨는 지난해의 어획부진을 고래 탓으로 돌린다.

동해안에 지난해부터 자주 출몰하고 있는 고래들은 오징어를 특히 좋아해 대량으로 마구 먹어 치우고 있어 고래떼가 나타나면 오징어 어군이 자취를 감추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지난 한해 동안 李씨가 고래떼를 만나 조업을 중도에 포기한 것은 모두 10여차례. 1998년 다섯차례, 지난해 일곱차례 등 해마다 조업포기 횟수가 늘고 있다.

29t급 진영호로 오징어잡이를 하는 최상룡(崔相龍.55.구룡포 근해 채낚기선주 협회장)씨는 "지난해 어획고는 3억5천여만원으로 99년보다 5천만원 이상 줄었다" '며 "해양수산부가 고래 증가에 따른 어획 감소 현황을 파악해 부분 포획 허가 등 대책을 세워야 한다" '고 주장했다.

지난해 포항수협과 구룡포수협의 오징어 위판량은 2만1백29t으로 99년(2만7천5백84t)의 72.9% 수준에 그쳤다. 각종 어류 위판량도 3만4천2백35t으로 전년도 4만3천5백47t에 비해 크게 줄었다.

이 지역 어민들은 "2~3년 전부터 3~4시간만 항해(20~30마일 거리)하면 고래들이 30~40마리씩, 많게는 1백여마리씩 무리지어 나타난다" 고 말했다.

오징어를 대량으로 잡아 먹는 밍크고래 등은 국제포경위원회(IWC)의 결의에 따라 86년부터 상업 포경이 금지된 뒤 개체수가 크게 늘어났다.

동해안 지역에서 99년 93마리, 지난해 95마리, 올들어 7마리의 밍크.돌고래가 그물에 걸려 목숨을 잃기도 했다.

고래는 오징어.멸치.남바다곤쟁이 등 다양한 어종을 닥치는 대로 먹어 치운다.

길이 수십m, 몸무게 수십t이 넘는 대왕.귀신고래는 자기 몸무게의 4%에 이르는 어류를 한번에 먹어 치우기도 한다.

이에 따라 어민들은 당국의 보다 적극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본의 경우 실험.조사용으로 일본 근해와 북태평양 등에서 지난해에 6백여마리의 고래를 포획했다.

국립수산진흥원은 99년과 2000년 동해안과 남해안에 대한 고래 자원 조사를 국제포경위원회(IWC)와 공동으로 벌였으며 올해에는 서해안에서 조사를 벌일 예정이다.

3년에 걸친 고래자원 조사결과 개체수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IWC에서 상업포경을 허용하게 된다는 설명이다.

국립수산진흥원 김장근 연구관은 "어자원 고갈.해황.어장축소 탓도 있지만 고래자원 증가가 오징어 등의 어획고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며 "자원조사가 마무리되면 IWC에 상업포경 허가를 적극적으로 요구할 방침"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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