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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공직자가 ‘북한 문제’ 답하는 건 의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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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국회의원 같은 주요 공직자는 국민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정부의 중요 정보를 접하고, 법을 만들며, 국정감사를 하기 때문이다. 그런 공직자가 국가와 관련된 중요 문제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묻는 것은 유권자의 권리다. 그리고 이에 답하는 게 그들의 의무다. 이는 법의 차원을 넘어 공동체의 원리이자 정치적 도덕이다.

 최근 MBC ‘100분토론’에서 시민논객은 통합진보당 이상규 당선자에게 북한 인권, 북핵, 3대 세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이 당선자는 “여전히 남아 있는 사상 검증은 양심의 자유를 옥죄는 것이기 때문에 이런 형태의 질문은 상당한 문제가 있다”며 답변하지 않았다. 시민논객이 유권자의 알 권리를 주장해도 그는 계속 거부했다. 통합진보당 주요 인물의 이런 대응은 처음이 아니다. 2010년 8월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라디오 프로에서 청취자가 “6·25가 남침이냐 북침이냐”고 묻자 “역사적인 논쟁들이 있다. (중략) 그 문제는 좀 더 치밀하게 생각해 나중에 다시 답을 드리겠다”고 했다.

 자신이 언급한 ‘양심의 자유’에 따라 이 당선인은 법 테두리 내라면 북한 문제에 자유로운 생각을 가질 수 있다. ‘핵개발이나 3대 세습이 아무런 문제가 아니다’라는 주장도 할 수 있다. 그런 예로 이석기 당선자는 언론 인터뷰에서 3대 세습에 대해 “북한 문제에 대해서는 송두율 교수의 내재적 접근론에 공감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이런 생각에 대해 판단하는 건 유권자의 몫이다.

 하지만 자유롭게 생각하는 것과 생각을 밝히지 않는 것은 다르다. 답변 유보는 양심의 자유와 상관이 없다. 자유가 아니라 공직자 의무를 위반하는 것이다. 이상규 당선자는 법원이 반국가단체로 규정한 민족민주혁명당에서 지역 책임자로 활동한 경력이 있다. 종북(從北) 의혹에 휩싸인 만큼 그가 북한 문제를 피하면 국민은 곧 국회에 들어갈 인사에 대해 불안감을 갖게 된다. 이 당선인은 “사상 검증은 양심의 자유를 옥죈다”고 했다. 오히려 공직자인 그가 검증을 거부하면 공동체의 자유가 옥죄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