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길, 광주·전남서 이해찬 눌러 … 누적득표 28표 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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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의 차기 대표를 선출하기 위한 광주·전남 대의원대회가 22일 전남 화순읍 하니움문화스포츠센터에서 열렸다. 행사에 참석한 강기정·김한길·이해찬 후보(왼쪽부터)가 당원들의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이날 경선에서는 강 후보가 가장 많은 표를 얻었고 김 후보가 2위, 이 후보가 3위를 했다. [화순=뉴시스]

김한길이 다시 이해찬을 눌렀다. 10년 전 ‘노풍(盧風)’의 진원지였던 광주·전남에서다. 세 차례 지역순회 경선(부산, 울산, 광주·전남)의 1, 2위 간 누적표차도 28표에 불과하다. 아직은 이해찬(772표) 후보가 1위지만 김한길(744) 후보가 바짝 따라붙었다. 22일 민주통합당 광주·전남 경선에서 1위는 광주 지역 현역의원인 강기정(488표) 후보가 차지했다. 2위는 437표를 얻은 김한길 후보. 이 후보는 371표로 3위로 밀렸다.

 광주·전남은 ‘민주당 경선의 방향타(方向舵)’다. 특히 광주지역 대의원들은 절묘한 ‘전략적 선택’을 하는 걸로 정평 나 있다.

 2002년 3월 16일 새천년민주당의 광주 경선은 상징적 사례다. 당시 노무현 후보가 대세론을 형성하고 있던 이인제 후보를 꺾고 1위에 올라 나중에 대권까지 움켜쥘 수 있었던 것은 광주에서 이 후보를 꺾었기 때문이다. 광주의 선택으로 호남을 기반으로 했던 새천년민주당은 영남 후보를 내세울 수 있었고, 결국 12월 대선에서도 승리했다. 당 관계자는 “대의원·당원 등 전국의 확실한 민주당 지지자들의 기반은 호남향우회인데, 광주·호남의 선택은 수도권 호남향우회에 영향을 미쳐 당내 선거에서 전국적인 확장성을 갖는다”고 설명했다.

 현장에서 만난 몇몇 호남 대의원을 통해 이들의 여러 가지 전술적 고려가 읽혀졌다. 장영태(62)씨는 “(1인2표제니까) 첫째는 고향 사람이고, 두 번째 표는 대선을 잘 치를 수 있는 이해찬이 낫다”고 했다. 반면 오경숙(59)씨는 “한 표는 고향이고, 또 한 표는 아무래도 김한길이 더 당을 잘 이끌겠다 싶다”고 했다.

 결과는 양강인 김한길 2위, 이해찬 3위였다. ‘이해찬-박지원 연대’는 노무현계와 호남의 결합이다. 그런데도 이 후보보다 김 후보를 선택한 거다. 김 후보의 선전에 대해 익명을 원한 한 대의원은 “이 후보가 총리 시절 호남에 KTX가 들어가는 건 경제성이 없다고 했는데, 이걸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호남이 친노에게 홀대를 받는 것에 화도 난다”고 했다.

 개표 후 이 후보는 무표정한 얼굴로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김 후보 측은 환호하면서 큰 의미를 부여했다. 캠프 관계자는 “최상의 시나리오가 펼쳐지고 있다”고도 했다. 경선 초반에 이해찬 후보가 압도적 1위로 치고 나갈 거란 예상이 빗나가고, 박빙의 승부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선이 혼전으로 접어들면서 두 후보 간 설전은 점점 험악해지고 있다. 이 후보는 전날 부산에서 김 후보를 겨냥해 “위선과 거짓의 후보가 당대표가 된다면 어떻게 민주당이 국민에게 나가겠느냐”고 했었다. 그러자 김 후보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이 후보가 부산 합동토론회에서 인신공격에 가까운 발언을 한 것에 대해 정중한 사과를 요구한다”며 “이 후보가 다급한 마음에 평정심을 잃은 것 같다”고 공개 비판했다. 그러자 이 후보 선대위 오정식 대변인은 곧바로 논평을 내고 “오직 상대 후보에 대한 흠집내기로, (이해찬-박지원 연대를 비판하며) 선거캠페인을 했던 것에 대해 겸허하게 돌아보기 바란다”고 반박했다. 울산과 부산, 광주·전남까지의 초반 판세는 이해찬·김한길 후보의 양강 구도에 강기정(3위), 추미애(4위), 우상호(5위) 후보의 추격전 양상으로 전개되고 있다. 다음 경선은 24일 대구에서 치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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