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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발주 취소 이유 삼성전자에 16억 과징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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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의 발주 취소 관행에 제동을 걸었다. 부당한 발주 취소로 하도급업체에 피해를 줬다며 과징금 16억원을 물렸다. 삼성전자는 “정보기술(IT) 업종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조치”라며 반발했다.

 22일 공정위 발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2008년 1월부터 2010년 11월까지 151개 하청업체에 위탁한 2만4523건(발주금액 644억원) 주문을 부당하게 취소했다. 생산량이 줄거나 제품 모델이 바뀌었다며 납기일이 지난 뒤 갑자기 주문 물량을 취소한 경우다. 이 기간 삼성전자의 전체 발주 건수(약 150만 건) 중 1.6% 정도가 이에 해당했다. 발주 취소가 가장 빈번하게 일어난 곳은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무선사업부였다. 지철호 공정위 기업협력국장은 “하도급업체는 납기일에 맞춰 제품을 이미 만들어놨기 때문에 재고가 쌓이고 생산일정에 차질을 빚는 등 직간접적 피해를 봤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납기일 뒤 주문을 취소할 때 하도급업체의 동의를 구하긴 했다. 전산시스템으로 발주 취소 사실을 통보하면서 ‘동의’ 또는 ‘부동의’ 중 하나를 선택하도록 했다. 이는 형식적 동의일 뿐이었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삼성전자와 계속 거래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동의했다는 뜻이다.

 하도급업체가 발주 취소에 동의하지 않은 경우는 4051건(119억원)이었다. 이땐 삼성전자가 제품을 받았다. 하지만 납품이 예정보다 늦어진 만큼 하도급업체엔 생산계획 차질이 발생했다. 공정위는 이 역시 ‘부당한 지연 수령’에 해당해 법 위반이라고 봤다.

 공정위는 하도급법을 위반한 삼성전자에 시정명령과 함께 16억200만원을 부과키로 의결했다. 부당한 발주 취소를 이유로 과징금을 매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철호 국장은 “전기·전자 업종은 발주 취소가 빈번한 업종”이라며 “이번 조치가 부당한 관행을 시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를 본보기로 삼아 다른 업체의 자진 시정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삼성전자는 공정위 발표에 즉각 반박 자료를 냈다. 삼성전자 측은 “발주를 취소할 땐 적법한 절차에 따라 협력사의 동의를 받았고, 이 중 78%에 대해서는 이후 다시 발주했다”고 밝혔다. 협력사엔 별다른 피해가 돌아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생산물량과 계획이 수시로 변하는 IT 업계의 특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조치다. 발주 취소가 잦은 건 다른 글로벌 IT 기업도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삼성전자의 이런 주장은 일부만 받아들여졌다. 공정위 심사관은 당초 22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는 안을 올렸지만 전원회의는 이를 6억원가량 깎았다. 정창욱 공정위 제조하도급개선과장은 이에 대해 “실제 협력사에 피해가 없는지를 삼성전자도 입증하지 못했다”며 “앞으론 주문을 취소할 땐 하도급업체에 피해가 있는지 없는지 기록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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