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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텔 배럿의 IT 전망 'Don't worry, be happy'

중앙일보

입력

인텔 회장의 키노트는 디지털 경제의 침체로 타격을 받고 있는 IT 업계에 만병통치약처럼 들린다. 하지만 그가 과연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을 분명히 직시하고 있을까?

인텔 회장 크레이그 배럿은 PC 영업, 닷컴 몰락, 수익성 적신호, 이익 감소 등 상당기간 지속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던지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바로 ''Don''t worry, be happy.'' 이 메시지는 최소한 배럿이 지난 5일 밤 CES(세계 최대 가전 박람회) 키노트를 발표할 때 그토록 자신감에 차 있었던 이유를 함축적으로 설명해준다.

기존의 개인 PC는 점차 확대되고 있는 디지털 세계의 중심에 여전히 자리하고 있고, PDA, 카메라, 음악 플레이어, 장난감 등 생활 속으로 깊숙이 파고든 모든 디바이스들이 자신이 고안해낸 신개념, 즉 ''확장된 PC(extended PC)''의 촉수로 역할하리라는 점이다.

황홀했던 닷컴 붐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다는 희망으로 배럿 박사의 행복한 알약을 단숨에 삼켜버릴 수도 있지만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배럿의 예측은 옳지만 분석은 옳지 않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선 옳지 않은 부분부터 지적해 보자.

2001년이지만 할로겐은 없다

배럿은 인텔 펜티엄 4 프로세서가 장착된 PC가 어떻게 생활 주변의 모든 디지털 디바이스에서 나오는 각종 디지털 정보의 ''트래픽 경찰''로서 역할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다소 억측스런 데모를 보여줬다. 이번 키노트에서 그가 선보인 PC e폰은 팜 형태의 PDA와 무선 접속만 하면 자동적으로 PC와 연결되는 디지털 전화.

즉 한 장소에서 개인 취향에 맞는 영화, 음악, 사진 등을 저장하고 액세스할 수 있도록 해주는 일종의 ''미디어 센터''다. 그는 또 바보상자(TV) 앞에 앉아 포테이토를 즐기면서 인터넷을 서핑할 수 있는 ''텔레웹''이 가능한 웹 태블릿도 선보였다.

이런 상상이 실제 현실화되는 때는 모든 사람이 가정의 신경 센터에 수많은 종류의 디바이스와 함께 동작하는 할로겐 같은 슈퍼컴퓨터를 갖고 있을 때일 것이다. 하지만 이는 당분간 불가능한 일이다.

지금도 넘쳐날 정도로 많은 디바이스들이 존재하고 있으며, 이들 디바이스는 또한 수십여 가지에 달하는 경쟁적인 기술, 산업, 업체들로부터 서로 다른 방향으로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PC와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셀룰러폰이라? 굉장한 아이디어가 하나 있다.

과연 내가 셀룰러폰을 잃어버렸을 때 지난 47년 동안 사용해왔던 26개의 알파벳이 9개의 숫자로 간소화된 키패드를 통해 새 전화기에 기존의 모든 전화번호를 다시 입력해야만 했었나?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2는 어떤가? 이 제품 역시 디지털 거실의 신경 센터 서비스 기능을 갖고 있다. 아니면 이와 유사한 전망을 꿈꾸고 있는 케이블 TV 셋톱 박스는?

PC 전망 아직은 쾌청

지금까지의 설명이 배럿이 틀렸다고 생각하는 근거라면 다음 내용은 그가 옳게 지적한 부분이다. PC, 인터넷, 기술 발전의 장기적 전망은 여전히 밝다. 월스트리트의 소문, 각종 매체의 우울한 뉴스, 혹은 닷컴 몰락으로 인해 실직 직전에 놓인 친구들로부터 들은 모든 얘기는 전혀 개의치 말라.

경기는 확실히 침체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상승세로 과잉 반응을 보였던 주식 시장은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다시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수없이 많은 닷컴 기업들이 그저 그런 아이디어만으로 창업을 선언했으며, 이에 편승한 벤처 캐피탈들의 화려한 돈 잔치로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게다가 기술 섹터를 재구성하면서 심각하게 진행되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서는 어떤 적신호도 나타나지 않았다. 노화되고 있는 자본 설비, 저생산성, 낮은 품질, 20년전 러스트벨트 불경기 때 자동차 제조업체들과 철강 제조업체들을 움츠러들게 했던 저가 외산 수입품 등 기존의 만성적인 이슈는 없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미국의 기술 기업들은 여전히 전세계적인 리더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더 나은 정보 기술은 사업 영역이나 지리적 조건과 상관없이 맛좋은 ''만나''를 가져다줄 수 있는 생산성 향상을 위한 필수 요소로 계속 자리잡을 것이다.

더구나 기술 시장은 아직 포화 상태에 이르지 않았다. 그리고 인터넷은 여전히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연휴 시즌에 두 배나 뛰어오른 전자상거래 매출 규모가 실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배럿 자신 역시 인터넷 사용자수가 2003년까지는 10억명에 달할 것이며, 이들이 PC, 서버 및 이에 장착되는 인텔 프로세서 등 엄청난 수요를 창출할 것이라는 예전의 통계치를 다시 들먹이고 있다.

이에 근거한다면 다분히 낙관적이다. 그가 키노트에서 밝혔던 그럴싸한 전망에 대해 격려를 보내자. 그의 말이 맞다. 물론 현재 상황에 대해 우려하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낙관적인 전망이 가능한 이유는 여전히 존재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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