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LB] 팀결산 (12) - 시카고 화이트삭스

중앙일보

입력

9월4일(한국시간) 코미스키 파크에서 열렸던 시카고 화이트삭스 대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경기.

화이트삭스의 에이스 제임스 볼드윈은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애너하임의 강타선에게 4점을 헌납했다. 하지만 화이트삭스는 1회말에만 8안타를 집중시키며 경기를 단숨에 9-4로 뒤집었다. 이렇게 끝났으면 소개가 필요없을 터.

애너하임은 연이은 7득점으로 다시 11-9의 리드를 잡았다. 11-9, 11-10, 12-10, 12-11, 12-13.

결국 경기는 8회말 2점을 뽑아낸 화이트삭스의 짜릿한 승리로 끝났다. 다음은 지난 시즌 공식 기록지를 가장 지저분하게 했던 화이트삭스의 경기 결과 몇가지.

18-11, 17-12, 14-10, 19-3.

1. 돌아온 빅 헐트

978점의 총득점은 내셔널리그 1위 콜로라도 로키스보다도 10점이 많다. 콜로라도의 홈구장이 쿠어스 필드라는 점, 화이트삭스의 홈구장이 타자에게 이로울 것이 전혀 없는 코미스키 파크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 10점차는 더욱 대견하게 느껴진다.

미네소타 트윈스의 라인업에는 90점 이상을 올린 타자가 한 명도 없다. 화이트삭스에는 무려 5명이다. 매글리오 오도네즈는 명실상부한 팀의 4번타자로 올라섰으며, 폴 코너코와 카를로스 리는 유망주라는 꼬리표를 떼어냈다.

하지만 타선의 선봉장은 돌아온 '빅 헐트(Big Hurt)' 프랭크 토마스였다. 두 번의 MVP, 7년연속 3할-20홈런-100타점-100볼넷을 기록하며 메이저리그 최고의 강타자로 꼽혔던 그가 추락하기 시작한 것은 1998년.

타율은 데뷔 후 처음으로 3할 밑으로 내려갔으며(.265), 5년연속으로 35개 이상을 기록했던 홈런수도 29개로 줄었다. 문제는 선구안이었다. 여느 심판보다도 탁월하다는 스트라이크존 판단능력이 갑자기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선구안 불안은 곧 자신감 부족으로 이어졌다.

99년 토마스의 타율은 3할로 돌아왔다(.305). 그러나 이번엔 홈런(15)과 타점수(77)가 급격히 줄어들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98년의 부진에 대해 걱정말라던 전문가들조차 그를 비난하고 나섰다. 선구안은 회복하면 그만이지만 파워의 감소는 곧 노쇠화라는 것. 심지어 어떤 기자는 '화이트삭스의 리빌딩은 토마스를 포기해야만이 가능하다'라는 조언(?)까지 했다.

지난해 토마스는 돌아왔다. 예전의 그자리, 화이트삭스의 수호천사로.

타율 .328 43홈런 143타점 112볼넷.

2. 박씨 물어다 준 제비

공격형 유격수 호세 발렌틴은 메이저리그 7년동안 타율이 2할6푼대를 넘어 본 적이 없었다. 99시즌에는 일년 내내 엄지손가락 부상에 시달리기까지 했고, 결국 밀워키 브루어스는 2백만달러를 아끼기 위해 재계약을 포기했다.

다리 부러진 '제비' 발렌틴을 데려온 것은 화이트삭스였다. 지난해 발렌틴은 타율 .273 25홈런 92타점을 기록하며 '박씨'를 물어다줌은 물론, 6백만달러를 더 준다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제안을 뿌리치고 화이트삭스에 남았다.

투수 칼 엘드레드(31)는 밀워키가 버렸던 두번째 보물. 엘드레드는 비록 팔꿈치 수술로 시즌을 조기마감했지만, 4월25일부터 6월29일까지 두 달간 올렸던 10승은 초기 기선제압의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3. 투수 붐 (Pitcher-boom)

화이트삭스가 본격적인 투수유망주 수집에 나서기 시작한 것은 1998년의 일이다. 그리고 지난 시즌 화이트삭스는 '투수 붐 세대'들의 수능시험을 치뤘다.

가장 관심이 모아졌던 두 명은 98년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자 킵 웰스와 시카고 컵스에서 빼내온 존 갈란드. 그러나 팀내 최고의 유망주였던 두 명은 팀타선의 전폭적인 지원에도 불구하고 낙제에 가까운 성적을 거뒀다.

킵 웰스 : 6.02 6승 9패
존 갈란드 : 6.46 4승 8패

하지만 아직 포기하긴 이르다. 재수도 있고 3수도 있는 법.

4. 백기는 승리의 깃발

1997년 올스타 브레이크. 당시 지구 1위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반게임차로 뒤쫓고 있던 화이트삭스는 팀의 에이스와 마무리투수를 내주고 유망주들을 받아오는 경천동지한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윌슨 알바레스와 로베르토 에르난데스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로 가고 키스 폴크, 밥 호리, 로렌조 바셀로, 마이크 카루소 등의 6명이 화이트삭스로 이적한 이 트레이드를 두고 세간에서는 '백기 트레이드(White Flag Trade)'라 불렀다. 이것는 97년 말 앨버트 벨, 로빈 벤추라의 방출과 함께 화이트삭스 팬들에게 찬물을 끼얹은 사건이었다.

그로부터 3년 후, 알바레스가 템파베이의 문제아로 탈선하는 동안 폴크는 화이트삭스의 확실한 마무리투수로 도약했다. 방어율 2.97 3승1패 34세이브.

전임 론 슈어러 단장은 이 트레이드의 결과를 알고 있었던 걸까?

5. 웰스 + 알로마

디비전 시리즈에서 시애틀 매리너스에게 3연패를 당했던 화이트삭스가 내 놓은 답안이다. 지난 15일 화이트삭스는 마이크 시로카 등을 내주고 토론토로부터 데이빗 웰스를 데려왔다. 찰스 존슨이 나간 자리에는 베테랑 샌디 알로마 주니어가 들어왔다.

이들은 포스트시즌에서 선봉에 나서야 함은 물론, 화이트삭스 젊은 투수들의 '과외선생'을 맡아야 한다.

객관적으로 화이트삭스는 재정불안이라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보다는 훨씬 좋은 조건이다.

올시즌 화이트삭스는 월드시리즈 우승과 함께 반세기 넘게 컵스에 빼았겼던 시카고의 헤게모니를 찾기 위해 총력전을 펼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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