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표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 뜬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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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일한기자]

서울시의 ‘박원순표’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 계획이 뜬구름 잡는 계획이라고 비판받고 있다. 민간을 임대주택 공급에 참여하도록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지만 유인책이 부족하고 사업 추진과정에서 난제가 많기 때문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최근 ‘원순씨의 희망둥지 프로젝트’ 명명하며 내놓은 임대주택 8만가구 공급 계획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세운 6만가구 공급계획에 박 시장이 추가한 신개념 임대주택 2만 가구를 더한 것이다.

올해 18516가구를 포함, 매년 2만가구 이상의 임대주택을 공급해 2014년까지 모두 7936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기존 6만가구 계획에는 택지개발, 보금자리주택지구 등에 새로 짓는 건설형(국민임대와 장기전세주택 27262가구)과 재개발·재건축 아파트나 기존주택을 매입해 임대하는 매입형(31941가구)으로 구성된다.

박 시장이 새로 내놓은 계획엔 여기에 주택형 축소 등을 통해 건설형을 8881가구 추가하고, 시가 직접 전세를 구해 시세의 70%에 최장 6년까지 다시 전세를 놓는 ‘전전세’ 개념의 장기안심주택(4050가구)과 시유지를 활용한 임대주택(3000가구), 그리고 기존주택 매입형(2589가구) 등을 새로 보탠 것이다.

서울시 임대주택팀 관계자는 “서울시가 택지개발을 통해 대규모로 임대주택을 공급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재개발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과 시내에 있는 시유지, 자투리땅을 적극 활용해 공급을 늘리는 게 새로운 계획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장기안심주택·시유지 임대주택 민간 유인책 부족

일단 서울시(SH공사)가 전세를 빌려 빌린 가격의 70%에 다시 전세를 놓는 장기안심주택 4050가구 공급에 대해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 많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임대주택 8만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이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장에 대한 소형임대주택 비율이 강화됐다. 하지만 해당 일대 주민들은 '개인 재산권 침해'라며 반발하고 있어 서울시의 임대주택 정책이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전경.

대상 전세(전용면적 60㎡이하 보증금 15000만원 이하)가 수요에 비해 크게 부족할 뿐만 아니라 건물주가 중간에 SH공사가 낀 장기(6) 계약을 원하지 않을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신한은행 이남수 부동산팀장은 “집수리 비용으로 1000만원을 지원하는 대신 6년 동안 전세보증금을 올리지 말라는 조건은 집주인이 우위인 전세시장에서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시유지를 활용한 임대주택도 마찬가지다. 무주택 서민이 주택협동조합을 구성해 시유지를 빌려 임대주택을 건립하도록 하는 방식인데 조합이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민간소유 미활용 토지를 장기 임차해 건설하는 민간토지임차형 임대주택의 경우 지주를 유인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임대주택연구소 한문도 소장은 “김대중 정부 때인 2001년 임대주택을 짓기 위한 협동조합을 만들도록 제도를 마련했으나 참여하는 곳이 없어 성과가 전혀 없었다” “민간이 시유지를 활용하거나 민간소유 토지로 임대주택을 지을 경우 수익률 보장 등 구체적인 유인책이 없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건설형 공급도 계획대로 건립하기까지 변수가 많다. 지역 주민들이 반발하고 지자체 의회 등이 반대하는 곳도 있다.

예를 들어 마곡지구의 경우 11353가구 중 5676가구가 임대주택으로 지어질 계획인데 강서구 주민들은 임대주택이 너무 많다며 반발이 거세다. 이에 따라 강서구의회는 최근 ‘마곡지구 및 가양 등촌지구 임대주택 확대 반대 결의안’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 가양 등촌지구 임대주택 추가 건설 반대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하기도 했다.

재개발·재건축단지에서 임대용으로 아파트를 매입해 공급하는 규모도 계획보다 축소될 가능성이 크다. 개포주공 아파트 등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은 대부분 소형 아파트 규모 확대에 사업성 축소를 이유로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몇몇 재건축 단지는 “계획보다 임대주택 규모를 더 늘릴 경우 사업추진을 보류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하기도 한다.

더 큰 문제는 매입비용에 대한 것이다. 직접 건설하는 것이 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서울시는 예산으로 매입 임대를 더 늘리고 있는 데 3만가구 이상을 매입해 운영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이다.

재원조달·지속성·형평성 맞는 임대주택 필요

전문가들은 임대주택 제도는 재원조달 가능성, 지속성, 형평성에 맞도록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당장 무리하게 공급계획을 세웠다가 지속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면 소수의 계층에만 혜택이 돌아갈 수밖에 없다.

서울시 임대주택 사업을 담당하는 SH공사의 부채는 이미 16조원에 달한다. 자금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상황에서 지속적으로 임대주택 공급 확대 정책을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중장기 계획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장 서울시에서 임대주택 공급이 덜 되면 시장 논리에 따라 수도권 외곽으로 수요가 밀려날 수밖에 없다. 반면 서울시에서 저렴한 임대주택 공급을 계속 늘리면 오히려 서울로 수요가 다시 모일 수도 있다.

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연구위원은 임대주택은 한번 들어가면 잘 나오는 않는 경향이 강하다 “공급만 신경 쓸 게 아니라 자력으로 조금씩 나은 주택으로 옮겨갈 수 있도록 여건을 만드는 ‘임대주택 사다리’ 고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서울시 임대주택 공급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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