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키토키 발명 앨 그로스 사망

중앙일보

입력

무선 통신의 아버지로 불렸던 워키토키의 발명가 앨 그로스 씨가 미국 애리조나주 선시티에서 지난달 21일 숨진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향년 82세.

캐나다 토론토에서 태어나 미국 클리블랜드에서 성장한 그로스 씨는 워키토키의 잠재적 가능성에 주목한 군에 의해 발탁돼 중앙정보국(CIA)의 전신인 첩보기구 OSS에서 근무했다. 이곳에서 그는 교신거리가 50㎞에 이르고 배터리로 가동되는 지대공무전기를 개발했다. 이 장비는 2차 대전중 수많은 인명을 구한 것으로 평가됐다.

전쟁이 끝난 후 그로스 씨는 클리블랜드에서 일반 대중용 쌍방향 무전기 제조사업으로 성공을 거둔 뒤 계속 발명에 힘을 기울여 49년 최초의 무선 호출기를 발명한데 이어 51년 무선 전화기도 개발했다. 이어 59년에는 우주항공 업계에도 진출해 타이탄, 애틀러스, 미니트맨 등 미사일의 필수장비인 디지털 시간계측기의 개발에 기여했다.

그러나 그의 아이디어는 너무나 시대를 앞서 나가 세상이 미처 받아들일 태세를 갖추기도 전에 폐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로 인해 그는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큰 돈을 벌지도 못했다. 그로스 씨가 56년 의학 관련 회의에서 무선 호출기를 시연해 보였으나 의사들이 "골프치는 동안 방해를 받고 싶지 않다"면서 외면한 사례는 그의 발명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 사례 가운데 하나다.

그로스 씨는 생전에 소유했던 일간지 애리조나 리퍼블릭과 회견하면서 "나는 35년은 너무 일찍 태어났다"면서 "내 발명에 대한 특허들을 지금도 보유한다면 빌 게이츠 회장은 나를 위해 비켜서야 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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