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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방사극 다시 평정하겠습니다"

중앙일보

입력

한국 역사드라마를 이끌어온 김재형(65)PD가 다음달 5일 첫 방영되는 SBS 대하사극 ‘여인천하’로 다시 시청자를 찾는다. 1999년 8월 금품 수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기소된 지 1년5개월여 만이다. 김PD는 당시 사건으로 현재 KBS1에서 인기리에 방영중인 ‘태조 왕건’에서 손을 떼야 했다.

“올해로 TV연출을 시작한지 43년째입니다.그 기간에 6년을 제외하고는 모두 사극만 해왔죠.사극으로 국민에게 역사를 알리고,젊은 연출자들이 기피하는 역사드라마의 뿌리를 내려야겠다는 일념뿐이었습니다.그런데 최근 사극 붐이 일며 후배들이 사극을 하겠다며 저를 찾아와 기쁘기 그지없습니다.”

그는 지난 96년 태종 이방원의 권력찬탈 과정을 배경으로 권력의 속성을 예리하게 그려낸 ‘용의 눈물’로 대단한 인기를 누렸다.그 드라마에서 궁중 여인의 암투를 위주로 한 기존 사극의 한계를 뛰어넘어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도 받았다.

그는 62년 한국 최초의 사극 ’국토만리‘를 시작으로 ‘서궁’‘한명회’‘이화’‘왕도’ 등을 연출하면서 역사드라마 연출의 최고봉으로 우뚝 섰다.

‘여인천하’는 첩의 딸로 태어난 정난정(강수연)이 신분상승을 위해 자신의 운명과 처절히 싸운다는 이야기.월탄 박종화의 소설을 SBS ‘임꺽정’의 공동 집필을 맡았던 유동윤 작가가 각색한다.

“정난정이라는 주인공의 출생에서 죽음까지 그녀의 개인사를 따라 전개되는 야사(野史)를 바탕으로 중종에서 인종,명종에 이르는 비극적 정치 상황을 그릴 것입니다.단순히 궁중여인의 암투가 아닙니다.질곡의 역사 속에 살아가야 하는 개인들에 초점이 맞춰진다는 뜻이죠.역사 교과서가 아니라 드라마로 봐주십시오.기대하셔도 좋습니다.”

확성기가 필요없을 만큼 큰 목소리로 제작현장을 지휘하는 김재형PD는 “87세까지 현장을 떠나지 않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처럼 현장에서 연출하다 스러지는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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