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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19개 차려 놓고 ‘짝퉁’ 1100억어치 판 조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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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고유가 시대를 틈타 가짜석유 7000만L를 판매해 1100억여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봉천동식구파’ 등 조직폭력배 100여 명이 적발됐다.

 이들은 2005~2010년 수도권에 19개 주유소를 직접 운영하며 가짜석유를 팔아 조직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드러났다. 7000만L는 가짜석유 판매 범죄사상 최대 규모로 소비자 한 명이 5만원을 주유한다고 가정하면 220만 명이 영문도 모른 채 가짜석유를 주유한 셈이 된다. 이들은 사상 최대 규모로 유사석유를 판매하고, 건설·부동산 등 각종 이권사업에 개입해 막대한 이익을 얻고도 하위 조직원들에게는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용돈만 지급한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부(부장 김회종)는 유사석유를 판매하고 폭력조직을 결성·활동해 온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로 ‘봉천동식구파’ 소속 조직원 55명을 적발하고 김모(41·행동대장)씨 등 10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검찰은 또 1988년 결성된 ‘답십리파’ 조직원 45명도 적발해 민모(41·행동대장)씨 등 조직원 10명을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초 이들은 유흥업소를 운영하거나 사채업, 철거업 등을 주된 자금원으로 삼았으나 2004년 수도권 일대에서 유사석유를 제조·판매해 온 양모씨를 3대 두목으로 영입하면서 유사석유 판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양씨는 유사석유를 판매하는 주유소업자들에게 자신이 지정한 공급자로부터 유사석유를 구입하도록 협박하고, 주유소 보호비 명목으로 한 곳당 매달 1000만원씩 월평균 5억원을 거둬갔다.

 그러나 이 역시 상부조직원들에 국한된 얘기였다. 행동대원들이나 이하 하위 조직원들은 각종 이권사업에 동원되면서도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운 용돈만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아들이 봉천동식구파 조직원인 한 부모가 수사검사를 찾아와 ‘아들이 10년 가까이 조직생활을 하면서도 생활비도 못 벌어 사채를 끌어다 썼다’면서 ‘부모인 우리가 막노동을 해가며 1400만원을 갚아줬다’며 눈물을 흘렸다”고 전했다.

함께 적발된 답십리파는 1988년 인근 폭력조직인 장안파와 주도권 다툼을 벌이다가 장안파 조직원을 낫으로 난자해 하반신 불구가 되게 하는 등 잔인성을 무기로 성장해 온 조직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두 조폭은 상호 린치를 반복하다가 회칼 등으로 무장해 대치하는 ‘전쟁’ 직전 상황까지 갔다고 한다. 답십리파 조직원들은 또한 시민들이 기분 나쁘게 쳐다봤다는 이유만으로 폭행하거나, 통닭이 제대로 익지 않았다는 이유로 배달원을 폭행하는 등 2000년 이후 31차례에 걸쳐 폭력범죄를 저질렀다.

 검찰 관계자는 “영화 등 각종매체에서 조폭을 미화하고 있지만 이들은 국민 치안질서를 불안하게 한다”며 “조직범죄 소탕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채윤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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