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 팀 쿡 ‘캘리포니아 대면’… 특허소송 반전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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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최지성(左), 팀 쿡(右)

최근 1년간 특허전쟁을 첨예하게 벌여온 삼성전자와 애플의 수장이 21일 오전 10시쯤(현지시간)부터 이틀간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서 만난다. 최지성(61) 삼성전자 부회장과 팀 쿡(52) 애플 최고경영자(CEO)의 대면으로, 전자업계가 주목하고 있다. 재판의 주심을 맡고 있는 루시 고 판사의 중재에 따른 것이다. 이 자리에는 양측의 법률대리인과 주요 관계자가 배석한다. 이번 회동을 위해 최 부회장은 20일 오전 전용기 편으로 출국했다. 두 회사는 현재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10개국에서 47건의 소송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20일 “두 회사가 일거에 만족할 만한 결론을 도출해 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그래도 어느 정도는 성과를 내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당장 모든 소송을 끝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특허 문제로 법정 다툼 중인 구글과 오라클도 법원의 중재로 ‘소송 외 분쟁해결(ADR)’을 시도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해 지난달부터 다시 소송에 돌입했다.

 하지만 극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이들도 있다. 구글과 오라클 간의 특허전과 삼성전자와 애플 간 사례에는 분명한 차이가 있어서다.

 우선 양쪽 모두 상대방을 꺾을 만한 ‘결정적 한 방’이 없다.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보다는 온화한 성격으로 알려진 팀 쿡이 더 유연한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다. 실제 지난해 호주 법원에서 애플 측 특허 변호사였던 리처드 루톤은 “창업자 잡스도 삼성과 특허권 문제 해결을 위해 2010년 7월 삼성 측과 접촉한 바 있다”고 증언했다.

 또 삼성전자는 올해 애플에 최대 110억 달러(약 12조원) 상당의 부품을 공급하는 최대 협력사다. 각종 스마트 기기에 필수적인 반도체는 물론 액정화면(LCD)과 모바일 프로세서 등을 만드는 심성은 애플에 ‘없어선 안 될’회사다. 최대 고객사인 애플을 상대로 지루한 싸움을 벌이는 일은 삼성전자에도 부담이다. 최근 애플이 공급선 다변화를 위해 엘피다에 모바일 D램을 대량 주문했다는 소식에 삼성전자의 주가가 요동치기도 했다.

 만남 자체가 해결의 단초가 될 것이란 기대도 있다. 미국의 IT전문지인 PC월드 등 외신들은 19일 “법원의 중재 제안이 서로 만날 명분을 찾지 못하던 양사 최고경영자에게 좋은 구실로 작용했다”고 보도했다. 이 보도에서 특허 전문 변호사인 애덤 필립은 “두 사람은 만나서 함께 협상을 하길 내심 원했고 그게 법원의 제안을 받아들인 이유”라며 “양쪽 모두 좋은 모양새를 갖출 수 있도록 긍정적인 결론을 낼 수 있는 다양한 옵션을 가지고 나와 협상에 임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틀에 걸친 이번 중재가 결렬될 경우 두 회사의 미국 내 특허 소송은 7월부터 재개된다.

 한편 시장조사기관인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가 최근 발표한 세계 휴대전화 시장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 1분기 전 세계 휴대전화 시장에서 총 9350만 대를 팔아 노키아를 제치고 세계 1위 에 올랐다. 노키아는 8270만 대를 파는 데 그쳤다. 또 삼성전자는 스마트폰 부문에서도 4450만 대를 팔아 3510만 대를 판매한 애플을 꺾었고, LTE(롱텀에볼루션)폰 부문에서도 전체 판매량의 57%를 차지하며 압도적 1위에 오르는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소송 외 분쟁해결(ADR, 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정식 재판에 들어가기에 앞서 재판과 별도로 진행되는 상사중재 제도다. 형식에 따라 조정과 중재, 자동협상 등으로 나뉜다. 법원은 ADR을 통해 양측의 중재를 주선하지만 결과까지 강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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