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날 짐승의 가죽은 귀했다. 옷을 짜고 그릇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됐다. 짐승을 잡아 털을 벗겨내고 껍질만 칼로 떠낸 것이 바로 가죽이다. 가죽을 말리기 위해 양지에 펼쳐 널면 가운데는 원형 몸통이, 위에는 머리가, 아래에는 다리와 꼬리가 붙어있게 된다. 이를 상형으로 표시한 글자가 바로 가죽이라는 뜻의 ‘革(혁)’이다.
漢字, 세상을 말하다
가죽은 전쟁용 방패를 만드는 재료로 사용되기도 했다.
‘革’에는 ‘바꾼다’는 뜻도 있다. 고대 한자 사전인
‘革’이 들어간 단어로는 ‘혁명(革命)’이 있다. 이는 ‘하늘의 명(命)을 바꾼다’는 뜻으로 하늘의 명을 받은 존재, 즉 황제를 갈아치운다는 것을 말한다. 주역 풀이서인
혁신(革新)이란 단어도 있다. 이는 ‘정신혁고(鼎新革故)’에서 온 말이다.
신·구 당권파로 나뉘어 내홍을 겪는 통합진보당 안에 혁신비상대책위가 생겼다. 강기갑 대책위 위원장은 “가죽뿐만 아니라 내장도 바꿀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밝혔다. 지당한 말이다. 곪고 썩은 것은 다 드러내고, 양지에 바짝 말려 당(黨)의 성격을 바꿔야 한다. 당권파였던 종북 좌파의 환골탈태를 꾀해야 한다. 그게 ‘혁신’을 내건 비상대책위가 할 일이다.